白佳晛:.. 아니, 아무리 내가.... 버러지 같이 살고 있다고 해도. 이딴꼴로 죽을 수는 없어. 싫다고. (비를 피할 만한 곳이 있는지 둘러본다.)
GM:백가현, 관찰력 판정.
白佳晛: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더 나은 삶을 살지도 못한 채
죽고 싶지 않은데···
아, 앞을 봅시다!
시야 저 편으로 무언가 보입니다.
작고 흐리긴 하지만
분명히 불빛입니다.
나아가려는 순간
白佳晛:..... !
··· 퍽 !
또 다시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GM:튀어나온 나무뿌리를 발견하지 못한 당신 HP -1
白佳晛:이런 미.... (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팍 구긴다....)
......................
(시체마냥 잠잠히 바닥에 눕져있는다.. 하....)
험한 말이 나오려다가 들어갑니다.
白佳晛:...... (슬슬 일어나 방금 본 빛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다시한번 본다.)
시체마냥 바닥과 가까워진 백가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납니다.
비가 오는데
'벌러덩'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가현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불빛을 쫓습니다.
빛이 있다는 건
곧 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사람이 있다는 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한참을 걷고, 또 걷습니다.
불빛은 점점 가까워져 구체적인 모양을 띕니다.
사각형의 빛.
창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형광등의 불빛.
그것은
통나무로 만든 2층 별장
이었습니다.
白佳晛:... 집이다.... ....
척 보기에도 꽤나 크고, 넓어보입니다.
白佳晛:(..... 이런 인적 드문-드물어 보이는- 산 속의... 커다란 통나무 별장이라고....? 어쩐지... 어쩐지 수많은 호러영화들이 스쳐지나간다...)
비는 머리 위로
새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호러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통나무 별장.
등장인물은 항상 '굳이' 별장에 방문하고
날을 지세우죠.
白佳晛:괜히 긴장해 마른 침 삼킨다... "... 그래도 계속 비를 맞을 수는 없잖아.. .. 안에서 이상한 사람이 나오면... 그때 도망가도 늦지 않을 거라고. ... 아마..." 약간 떨리는 손으로 별장의 문 손잡이에 손을 가져간다..
그 앞에 펼쳐질 일도 모른 채······.
어렵지 않게 발견한 현관문.
문고리가 차갑고,
낌새가 뻑뻑한 걸 보니
잠겨있는 듯 합니다.
당신은 자신의 삶에서
어떤 등장인물이었죠?
비가 오는 날, 별장 앞에 있을 사람이었나요?
그때 도망가도
늦지 않을 거라고······.
白佳晛:... 이런 날엔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나는 비가 오는 날, 별장 앞에 서 있을 사람은 절대 아닐 테다. 그래서일까. 비는 더 맞으면 안 된다고 문고리에 손을 가져갔던 게 바로 조금 전인데, ... 뒤 돌아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싶어졌다. 쓸데없는 불안감이 옥죄어오는 것이다. 가자... 그냥 다른 곳으로.
비 오는 날 ──
도무지 나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반갑지 않은 외부인을 쫒아내듯
비는 차가운 무쇠가 되어서
중력을 싣고
백가현의 어깨로 곤두박질 칩니다.
당신은 다른 곳을 찾아봅니다.
아,
애꿎다.
··· 비는 점점 거세집니다.
이 지독한 비가
이 지독한 비가
이 지독한 비가 !
언제 차올라서
다리를 집어삼킬지 알 수 없습니다.
GM:안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白佳晛:"...! " 순간적으로 문 쪽을 쳐다본다. 그렇게 보아도 너머가 투시되어 보일 일은 없는데도...
분명합니다.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白佳晛:"숨.. 숨어야 하나? 아니,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숨으면 뭘 해.... ... 아니, 아니야. 떠나려고 했잖아.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 살인마면 어떡해? 어쩌면 날 여기 버리고 간 그 자랑 한패인 인간일지도 몰라. 그래... 날 아주 도륙내라고 미친 살인자네 집이 있는 산에다 날 버릴 거일 수도 있다고. 헉, 숨어. 진짜 숨어???" 원래도 혼잣말이 많은 편이지만, 불안할 때는 더욱이 혼잣말이 심해지는 편이었다. 안에 사람은 나올 생각인 건지 그냥 집 안을 돌아다닐 뿐인 건지도 불확실한데 혼자 온갖 망상에 덜덜 떨며 머리나 부여잡는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지....
머릿속에 혼란함이 가득합니다.
비 오는 외딴 오두막.
살인마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현은 생각했습니다.
여기 버리고 간 그 인간이랑,
한 패일지도 모른다고.
피가 차갑게 식습니다.
白佳晛:눈만 이리저리 굴려대며 몸을 숨길 장소를 찾아본다. 일단 숨자. 숨어있다가.. 나오는 사람이 멀쩡해 보이면 그때 나오는 거야. 발 그렇게 느리지 않잖아.... "그러니까 숨을 곳.. 숨을 곳이...."
白佳晛:...... 여자애 목소리...? .... ... 머릿속에서 한참을 그려대던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와는 꽤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무심코.... 본다.
딱 한 눈에 보면
잘 만들어진 외모입니다.
창백의 피부가,
커다랗게 피어난 장미에 어우러져
기이하고 신기합니다.
주변 빛을 흡수하는 검은 머리는
불에 타들어가듯 붉은 색, 회백색, 노란색······.
밤하늘 덮은 해질녘을 따라서 빠르게 연소합니다.
자라난 생명은 눈 밑 거무스름한 파도에 감춰서
······ 침묵을 꿈꿨습니다.
그녀의 표정은요,
심장에 장미의 가시가 박혔으리라
마땅한 얼음장이었습니다.
GM: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白佳晛:....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26
판정결과:
실패
무시무시한 살인마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래요, 보통의 살인마와는 다른 ―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가현을 향해
고개를 돌려 빤히 응시합니다.
marie:" ············. "
알 수 있는 건 ···
당신을 조금 경계하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하긴, 이 밤중에 쫄딱 젖은채로
산 속에서 나타난 사람이라니,
수상하긴 하겠죠
白佳晛:... ..... 생각했던 연쇄 살인마는 아니다. ... 그런데 뭐지. 이.... 이 이상한.... 이상?한? 특이한 사람은...? 코스플레이어? 빤히 응시하는 눈을 마주본 채 잠시 말이 없었다. 의도는 아니고.... 그냥 그랬다. 그러다, 유난히 굵은 빗방울에 콧잔등을 한 번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듯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뗐다. "..아, 저, 저는요.....! 그게, 어차피 이름 같은 건 말해도 누군지 모르실 거고요... 아니 그게, 제가 아까 강도를 당했는데요.... 아하.. 하.. 하... 혹시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제가 지금 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혹시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진짜로..."
똑-
빗방울이 가현의 콧등잔을 칩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도움을 구합니다.
정신이 어디 멀리 가버린 건지
문득문뜩 놓은 정신줄에
떠듬떠듬 말을 이어갑니다.
???:" ···········."
" 내 이름은 로즈마리···."
무언갈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팔을 뻗어서 순순히 가현을 안으로 안내합니다.
marie:" 들어오겠어···? "
바로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
을 가리킵니다.
白佳晛:들어오겠냐는 건... 일단 도와주겠다는?거지?? 다행이다. 좋은 사람이라서... 아니, 다행인가..? 다행일?까?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인데.... ...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계속해 내리는 비에 잔뜩 움츠렸던 몸은 자연스럽게 앞의 사람이 서있는 장소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선다.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해요. 생명의 은인이세요..."
marie:" 용기가 있어."
차분한 눈동자가,
가현을 바라봤다.
생명의 은인.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자
허브 로브마리의 향이 훅 들어옵니다.
비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았을 그런 향기.
marie:가현이 거리를 당기자 사이가 좁아진다.
"생명의 은인, 은인, 은···"
네가 저에게 해준 말을 입으로 가다듬으며 몇 번이고 반복하였다.
白佳晛:".... ....?" 뭐지.. 하는 얼굴로 앞의 사람. 로즈마리를 보았다.
marie:당신은, 비에 푹 젖어있었다.
마치 물에 빠진 쥐처럼······.
"변방을 헤매는 자··· 로즈마리는 호의를 베풀었어. 비가 그칠 때까지 머물러도··· 돼."
白佳晛:..... ..... 뭐지? .... 말이 조금.. 어색하다 해야하나. 보통 사람들 말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느낌인데. 돌아다니지 말라는 건 그 서툰 말로 당부를 한 걸까. 아니면.... ... 혹시 나 잘못 걸렸나...? 연쇄살인마는 아니고.... 무슨 이상한 감금납치범한테...? ... 순간 등골이 조금 오싹해짐을 느끼다가, 일단은 호의를 받았으니 당장에는 조금이라도 쉬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두어 번 털듯이 저었다. 그리고... 객실의 문고리에 손을 가져간다.
白佳晛:........................................................ "뭐야?" 어떡해... 집 안인데도 비를 맞고 있었던 때와 다름 없이 추워졌다. 괜히 문 바깥. 너머의 인기척을 살핀다.
문 바깥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수수께기의 여성.
어디론가 가버린 걸까요?
GM:가현의 몸에서 물이 뚝뚝 흐릅니다.
흙 냄새, 물 냄새, ······.
희미한 로즈마리의 향.
어느새 옮겨온 걸까요.
그저 한 걸음 좁혔을 뿐인데.
白佳晛:..... "... 젠장....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거." 난 괜찮은 사람의 호의를 받은 거야, 아니면 이상한 싸이코한테 잘못 걸린 거야....? 대체.... 대체가...! .... 하...." 안 좋은 망상을 너무 했나.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쭉 한번 짜내고.... 옷장의 코트 한 벌을 일단 조사해본다.
머리가 아파올 지경.
조금 낡고 허름한,
주머니가 많은 트렌치 코트입니다.
GM:아, 참 많군요. '주머니'가요.
白佳晛:..... 괜히 긴장한 침을 삼키곤 주머니 속을 뒤져본다. "이상한 건.... 있으면 안 돼. 안 된다고 했다..... 오늘치 불행 한도초과니까....... 제발..."
白佳晛:".... 뭐야 또..... 수상한 게 계속." ... 차마 무시하지 못하고 페이지를 살핀다.
"......!"
.......................
RUN AWAY.
단순한 철자였습니다.
쉬운 단어였습니다.
모를 리가 없잖습니까. 이런 말.
白佳晛:"... ...... 하하.... 하... 하... 한도초과라니까. 되는 일이 진짜 없네. 이런.... ...." 내 인생은 왜 이모양이냐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지만, 그랬다가는 정체불명의 그, '로즈마리'라고 했던 인간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악문다. ... 지금 당장 이 방 문을 나서면... 식칼이라도 들고 서있는 거 아니야? ....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白佳晛:..... 창문으로 도망칠까? 그래. 여... 음?
이후로 방 밖을 살펴볼 수 있다.
객실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가현의 삶은 가현의 심장에 있기 때문에.
심장으로 향하는 동맥정맥 속 적혈구가
빠른 속도로 진동한다.
白佳晛:..... 혹시 창문 밖에.... 내가 도망칠 걸 미리 알고 대기중인 그녀가 있지는 않겠지. 조심스럽게... 빼꼼.. 창 밖을 살펴본다.
창문에는 앞을 바라볼 수도 없을
무시무시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창 밖을 봐서였을까,
귓 가에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어옵니다.
아아, 살인마?
이곳에 들어온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까?
내 삶 자체가 잘못이었을까?
··· 어디부터 문제였지?
白佳晛:우울한 생각들을 겨우 떨쳐내고 바깥을 조금 더 살펴보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건.... 좋아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그 정체불명의 사람한테 죽는 것. 밖에 나가 저체온증 혹은 실족 혹은 갑작스러운 야생동물과의 조우로 죽는 것.... 그나마 여기서 그 정체불명의 사람과 함께 있는 편이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죽음 1 저체온증 혹은 실족
가까운 죽음 2 야생동물과의 조우
GM:당신이 찾아낸 정체불명의 사람.
이것이 당신의 여행길에서 얻은 것.
그것이 행운일까, 불행일까.
白佳晛:...... "난 몰라.... 진짜로. 몰라. 아무것도. 어떻게 하라고. 도망? 쳐도 맑은 날에나 하지 지금같은 상황에 어떻게 도망을 치냐고. 이제 더 생각했다간 머리가 두쪽이 나버릴 거야......" 'RUN AWAY' 적혀있던 종이는 구깃하게 구겨 방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맞다. 괜한 화풀이다. 나는 이제 더 머리를 쓸 수 없는 상태이고, 이제 그냥 자버릴 것이다. 깨어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쉬고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련다.
종이가 툭 떨어져
도르르 굴러갑니다.
백가현은 침대에 누워서 쉬나요?
白佳晛:누워서... 쉰다. 제대로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백가현은 침대에 눕는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침대보가 느껴졌다.
한참이 지났을까요.
밖에서 이상한 냄새가 흘러옵니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예요.
언제부터 이런 냄새가 났던거죠?
역시 모르겠습니다.
괴이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白佳晛:".. 무, 무슨 냄새야 이거...?" 번쩍 눈을 뜨고 바깥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굳게 닫힌 문.
그 너머에서 향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白佳晛:".... 비는 여전해. 그럼 난 아직 도망칠 수 없다는 거고....... .... 이건 그 사람 때문에 나는 냄새인가?" 문을 노려보듯 본다. 그렇게 보아도 역시 투시가 될 일은 없는데.......
"...... 대체 뭘 하는 거야..."
침대에 앉아서 자신의 처지를 느꼈다.
차마 나갈 수 없는 비.
지독한 냄새.
누구의 짓이지?
사람이 원인인가?
白佳晛:.....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살금살금 문 쪽으로 다가간다. 아주 조금. 조금 문을 열어 바깥을 살피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살금, 살금,
당신의 움직임에,
문이 열립니다.
白佳晛:"...?!"
복도.
문 틈새로
텅 빈
복도가 보였습니다.
복도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거죠?
白佳晛:.. ... ... 생각 외로 너무 잘 열리는 문. 그리고 너무 아무것도 없는 복도에 오히려 놀랐다....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白佳晛:..... "잠깐 나가서 살피는 정도도.... 괜찮...겠지....?" 슬쩍... 발 한 쪽을 내밀어 복도 땅을 조심스레 밟는다. "그래... 투숙객이 잠깐 화장실을 찾아 헤맬 수도 있는 거잖아. 돌아다니지 말랬지만... ... 방 안에서 볼일을 볼 수는 없는 거니까...? 응 그래... 괜찮다고....." 또 조금씩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남은 한 발도 복도 바닥에 꺼내놓는다. .... ......
..... 분명 이상한 걸 보면 그길로 바깥, ... 아니, 당장 바깥은 아니더라도 이 저택 내 객실이 아닌 다른 어딘가.. 숨어있을 만한 곳에 숨어들어 비가 그칠 때까지만 뻐기다 그치는 순간 도망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건.. 이건, 이건 이상한 수준의 일이 아니잖아....!!! 순간 온몸의 피가 마르듯한 느낌에 몇 초 간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다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니까 이거...... 이거....... ...... "... 시체.....?"
白佳晛:등골이 서늘한 가운데, 탐정이라 말하는 이 사람의 말은 진실일까? 로즈마리의 얼굴을 다시한번 살피지만, 그런다고 그 속을 알 수 있을리가 없다. 최대한 조용히, 엮이지 않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역시 그럴 수는 없는 거려나. 하는수없이 입을 열었다. "....... 하하.... 하... 하핫. 그러시구나. 명탐정.... 이셨군요...? ... 그럼 이 집도 원래 당신이 살던 집이 아니었...겠네요..?" 일단 처음으로 떼는 운은, 안심을 위한 것이다. "...여기 오신 이유는... 실추한 명예?를 찾기 위해서... 이려나요... 하하.... ...."
白佳晛:.... .... 마주친 눈에 마른 침을 삼킨다. 일단 안심...해도 되는 걸까? 당장 죽을 것 같진.... 않긴 한데. 반신반의한 눈으로 로즈마리를 그저 바라만 보다가, 다시금 입을 열 때는 웃음기가 잦아든 얼굴이다. "... 긴장 하죠. 당신은 명탐정인가 뭔가였어서 이런 거 많이 봤을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보통 살면서 저런.... 저런 거," 봤던 것을 다시 떠올리자니 정말로 속이 안 좋아질 지경이라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마저 말을 잇는다. "... 볼 일 없다고요. .... 저는 백가현이라고 하고요... ... 처음 말했던 것처럼, 강도에 당했어요. 그뿐인 일반인인데.... .... ..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탐정?분이시니까 절 어떻게 하시진.. 않?겠죠..?" .... ... 제발요. 라는 감정을 내보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라보는 그 눈빛이 말이다.
비가 내립니다.
marie:눈 앞의 남자가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름은 가현, 백가현··· 호기심 깊은 탐정은 의문의 방문객이 지닌 이름 한 톨에도 남김 없이 뻗어갔다.
당신은 헛헛한 소리를 내더니 웃음기가 돌아왔다.
"아. 진짜 웃음이다···."
자기도 모르게 뱉은 말. 놀란 장미의 동공이 확장되다가 도로 수축한다. 잠깐의 일이었지만 비 오는 세상을 등지고 당신께 고개를 저었다. 밖은 여전히 어두침침하여 뇌우가 찾아올 듯 싶다···.
"로즈마리가 속마음을 흘렸지. 아무런 일도 없을 거라서······."
위해를 가하지 않아. 강도에게 짐을 빼앗긴 일반인. 채 마르지 않은 빗줄기에 머리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몸도 머리도 흠뻑 젖어서, 심장도 차가워진 걸까. 장미는 차가운 기세였으나, 그 생각에 손을 뻗어 가현의 머리에 달린 방울을 톡 집어냈다. 너는 여전히 차갑다. 떼어낼 수 없는 비릿한 물기에 깊숙히 빠져있었다.
"···로즈마리는 의뢰를 받았어. 별장의 문을 두드렸고, 아무런 답이 없었다. 만일··· 너였다면 어떻게 하겠어?"
긴장한 말투에 어울리는 백가현이 썩 보기 나쁘지 않았다. 로즈마리의 머리에 달린 장미가 파르르 울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너는 말이 아닌 눈빛로 말하고 있었다.
비에 젖어 문을 두드리던 당신을 떠올렸다. 나 지금 여기에 있지만, 현실에 존재치 않은 고요한 눈이다.
웃음기가 싹 가신 낯.
"장미가 멋대로 들어온 오두막······."
"모든 생명은 끝나있었어. 장미는 결국 죽음을 마주하였지······."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白佳晛:자신이 탐정이라고, 그것도 과거에는 명탐정이었다고 말하는 이는 말씨도 그렇지만 그 외에도 상당히 별난 사람이라는 감상을 남겼다.
얼핏 봤을 때 코스플레이언가? 생각이 들어버렸던 그 생김새는 물론이고, 지금 잔뜩 쫄아있는 사람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는 이 행동도 그렇고, ......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처음 봤을 때 그러지 않았는가? 절더러 용기가 있다고.... ... 생전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대체 뭐에 용기가 있다고 느낀 건지 모르겠다. 앞의 사람, 로즈마리를 보는 눈빛이 조금 떨렸다. 이 사람은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지? 나였다면 어떻게 하겠는지 물어보는 의도조차 모르겠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
그래서, 본인이 방금 생각을 말로 흘렸다는 것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marie:가현의 표정은 자리하지 않은 유령을 보고 있었다. 장미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 꽃에게도 한떨기 남을 시절이 있다. 네 모습과 본딴 듯, 마음만은 고동빛 기계심장이 아닌 박동하는 근육질로 된 태엽이었고, 이미 까맣게 잊혀서 남은 뇌가 인식하지 못할 옛날옛적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내가 사람 같아?"
"···로즈마리는,"
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아니다. 창문 너머로 새차게 내리는 비가 하늘을 덮었다. 로즈마리가 소파 옆에 둔 램프 속 필라멘트가 여린 빛으로 번쩍였다. 장미가 소파에서 곧장 일어섰다.
빛이 어둠을 먹고, 어둠은 빛을 먹기를 반복한다. 양육강식의 끝에 어둠이 승리하였다. 빽빽히 자란 나무 기둥을 맞고 떨어져 으깨진 물방울이 네모난 유리창에 더덕더덕 붙어났고, 때를 놓치지 않은 빛이 조금씩 세어들었다. 침입자 행세를 하며 기묘하게 번져나가 백가현의 앞에는 두 사람이 서있었다···. 장미의 치맛자락 아래 경계선이 흐트러진 검은 형상은 로즈마리와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아서 둘은 곧 하나로 이어진다.
등불을 손에 들고, 지독한 습관처럼 가현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한 그녀의 거동에(···메이드?) 그림자가 먼저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의뢰를 받고 들어온 별장. 닫힌 문을 열고 들어온 이곳은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꺼진 등불을 자신 쪽으로 한바퀴- 흔든다.
"맞추려고 마음 먹은 것들은,"
"모든 것이 오답이고······."
"그 오답은 꼭 정답을 닮아서···."
"로즈마리는 의문을 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시체보다 창백한 손가락을 올려서 입술 부근에 멈춘다.
"말···."
"흘렸습니다."
白佳晛:본인이 혼잣말을 흘려버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치 못하고 그저 눈 앞의 사람을 보았다. 잘게 진동하는 시야 앞에 서있는 사람은 역시 이상하다. 또, 또 이상한 소릴 하잖아. 내가 사람 같냐든가, 기름이 동났다든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집에 비가 새는 걸까? 실내에 있는데도 등이 다 축축해지는 느낌에 괜히 주먹만 꾸욱 눌러 쥐면.......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
'말···. 흘렸습니다.'
.... 가현은 그제야 자신이 방금 무엇을 실수했는지 깨달았다. 집에 비가 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집 천장에 구멍이 뚫린 모양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차분해졌던 입꼬리가 다시 덜덜거리며 끌어올려졌다. 어김없이 짓는 억지 미소다.
"..하핫... 핫... 하하... 그렇구나. 내가 또 그랬구나..? ... 미안해요. 제가 그게, 습관이라... ..."
뭐가 미안한데 멍청아. 입술을 잠시 꾹 깨물었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려왔다.
"그, 그러니까... 아까 뭘 물어봤었죠? 저였으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아, 사람 같냐는 말에도 대답을 해야 할까요..?"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가, 스스로도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나왔을까? 아니면, 공포심에 절다 못해 실성한 걸까. 이내 연달은 웃음 소리를 흘린 가현이 말했다.
"전혀 사람 같지 않아요. 그.. 그 얼굴.. 귀, 생긴 것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제가 알던 보통의 사람이랑 너무 다른 느낌이라 혼란스럽네요. 솔직히 지금 심정이 아주 돌겠어요. 당장 사람인지 뭔지도 모르겠는 당신한테 죽임당할까봐 넘 무섭다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발작하듯 속내를 불어버린 가현은 뒤늦게 이성을 차렸고, 때문에 더는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 끝에 말은 작게 신음하듯 흘렸다.
"젠장..... 이딴 데에 발 들이는 게, 배낭 여행 따위 생각도 하는 게 아니었는데..... .... 제가 당신 입장이었으면 말이죠. 뒤도 안 돌아보고 튀었을 거예요. 그게 저고, 이번엔 제가 미쳤었죠. 아, 제대로 망했어 이제 다 끝이야........"
가현의 얼굴은 어느덧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아주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marie:로즈마리가 가현의 무릎에 램프를 올린다.
느릿한 손길이었다.
"장미는 인간이···."
"아니야······."
손등을 꺾는다. 소파에 올린다. 그 다음, 팔, 배, 허벅지, 발목까지··· 무릎으로 소파를 걸어가자 연골이 삐걱댄다. 망연자실 새파랗게 질린 가현의 눈높이에 맞춰 머리를 툭, 앞에 떨궜다. 가현이 앉아있는 다리 사이에 소파를 짚은 손이 아슬아슬하다.
"그래서 괜찮아."
"안심해도 돼. 어리석은 인간······."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너의 적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 싶다. 움직이면 코가 부딪힐 가까운 거리에 희번뜩한 눈으로 당신에게 명시하자, 숨이 막히고 토가 나올 정도의 허브 향이 잔뜩 풍겨온다. 아, 로즈마리였다···.
여전히 비가 내린다. 우리는 어두운 밤 거실에 앉아 울적한 빗소리를 귀에 담을 수 밖에 없어. 저기··· 많이 괴롭나요? 무감각한 눈빛이었다. 네가 떨지 않고 답하는 것이 뻔할까, 빗속에 도망가다 제 갈 길 도시에도 거치지 못하고 푹 사라지는 꼴이 빠를까.
白佳晛:우다다다 말을 쏟아낸 가현은 이제 죽든 쫓겨나든 둘 중 하나 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오로지 그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 무언가 따뜻한 것이 무릎에 닿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인간이 아니란다.
하하, 내가 미쳤다 하니 정말로 미쳤지. 인간이 아니라니 제대로 들은 건 맞는 거야? 자신이 환청을 듣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하는 그 존재가 정말로 인간이 아닐까 봐 정면으로 마주하기 두렵다. 단 1초가 영겁과 같이 느껴지던 참, 시야를 차지하고 들어오는 무언가.
대체 누가. 눈을 이런 방식으로 마주치지? 너무도 섬뜩한 행동에 순간 숨을 들이키고, 그채로 굳었다. 하마터면 무릎 위 놓은 램프를 집어다 던질 뻔했다. 그랬으면 어떤 화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니, 공포심에 온몸이 굳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안심해도 된다는 말의 어조는 너무도 평이했고, 눈빛에도 살기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소름끼치도록 무감각한 눈빛이었으니까. 정말 믿고 안심해도 될까? 눈을 보면 정말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또 그렇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눈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나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현은 잠시간 침묵을 유지했다.
얼마만큼 침묵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로즈마리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에는 대답을 했겠지. 가현이 입을 열었다. 어김없이 끌어올린 입꼬리로. 쥐어 짜내듯이.
"... 지금 제가 도망친대도, .... 뭘 할 수 있겠어요....? ...... 들을 테니까, 살려만 주세요.... 아니.. 거리 유지도 좀 해주시고요. 인간의 심장은... 아니, 제 심장이 많이 약하니까요...."
marie:미묘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네게 가지 않았다. 공포에 굳은 가현을 멀뚱히 본다.
"입꼬리 말고 눈···."
"앞머리."
"기른 건가요?"
로즈마리가 입술을 뗀다. 딱 꽂힌 것을 보니 퍽 의미가 있어보였다. 자연스럽게 자기 귀 뒤로 머리를 넘겼을 터··· 지만 귀가 하나이다.
"귀 하나는 장미."
"잘 안 들려."
가현의 목소리는 로즈마리에게 최악의 울림이었다. 다소 격정적이며 자주 끊기고, 주저하는 공백이 많아서 가득 찬 우물에 돌을 계속 던지는 그런 사람. 안대 쓴 눈에 계기가 있다면 비로소 자기와 같을지 모르겠다고 꼴에 조심스러운 상상을 해보기도 하였다.
여전히 일그러지던 입꼬리를 올리며 백가현이 말한다. 거리 유지. 인간의 심장은 아니, 가현의 심장은 유리꽃처럼 쥐면 부러진다고.
"참··· 부서지기 쉽구나······."
"로즈마리는 바라보았지."
"차라리 기계 태엽이 좋은 걸까?"
장미는 눈을 감고 제 가슴 언저리가 손을 올렸다. 살아있어서 두근대는 심장박동. 하지만 결코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심장은 기계와 다를 바가 없어······ 로즈마리는 명치가 욱신거렸다. 그 감정이, 조금은 비릿했던 걸까.
"도망쳐서 할 수 있는 일은,"
"네 선택이니까···."
왜 자꾸 물으시나요? 장미는 백가현에게 부탁할 것이 없다. 난 그저··· 추운 비를 맞은 네가, 숨을 붙일 곳을 만들었을 뿐.
白佳晛:로즈마리의 머리카락이 귀 뒤로 넘어간다. 귀 뒤로.... 귀 뒤로? 한 쪽의 귀가 없다. 귀 하나가 장미란다. 말 그대로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붉디 붉은 장미만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에 가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이 아니라는 상대를 두고 가현의 머릿속엔 온갖 괴물들이 하나둘씩 스쳐지나갔지만, 상상했던 것들 중 그 어느 것도 귀가 있을 자리에 꽃이 있지는 않았다. 이건 뭐지....? 듣도보도 못한 정체에 의구심이 피어올라,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 곧이어진 소리에 금방 펴졌지만.
귀 자리를 대신해 꿰차고 있는 저 장미..는 청각이 없구나. 그야 장미니까 청각이 없겠지? 인간이 아니라 하니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건 왜 또 인간다운 건지 참. 어쩐지 앞의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게, 꼭 자신이 늙은 노인 혹은 청각장애인을 앞에 두고 매너 없이 굴었던 것 같아져서 말이다. 물론 귀가 한쪽 없는 줄도 몰랐고, 잔뜩 겁에 질린 상황이었으니 저도 어쩔 수는 없었지만......... ....... 어쩌면 이상하게 동질감이 들은 탓도 있겠다. 눈이 한쪽 없는 나. 귀가 한쪽 없는 당신. 어딘가 장애가, 하자가 있다. 그건 비단 신체적인 부분 뿐만이 아니다. 당신도 나도, 여러모로 보통의 범주에 들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이런 이상한 생각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올라간 입꼬리로 답했다. 그러나 이번엔 억지 웃음은 아니다.
"잘 안 들리게 말해서 미안해요. 제가... 진짜로 겁을 많이 먹었어서. 이제부터라도 좀 들리게 말해볼게요. 지금은 잘 들리죠..?"
어딘가 편안해진 미소가, 잠시 보였다가, 모습을 감추며 입꼬리가 내려갔다. 말은 이어졌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전에.. 혹시 저를 용의자로 생각중이신 건... 아니겠죠..? ... 탐정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별장의 문을 열어주었다든가. ... 몰아붙이듯 하는 이야기라면, 들을 생각 없다고 미리 말해둘게요. 전 진짜 아니니까요."
marie:"음색···."
"살짝 달라졌습니다."
로즈마리는 고개를 기울였다.
"탐정은 위험을 감수하고 별장에 머물렀어···."
살포시 웃었다.
"로즈마리··· 탐정이야."
"―비가 오는 날 찾아온 이방인을 어찌 빈손으로 보내니?"
별장의 문을 열어준 이유를 설명한다. 자신이 짐을 풀었던 방에 너를 머물게 해주었단 사실도.
白佳晛:".... 이 방은 저한테 내주신 거 아니었어요? 당신 짐을 풀었던 방이라는 건... 알지만.. 다른 방도 많잖아요." 잔뜩 황당해 보이는 목소리다.... 대체가, 이 방 침대를 본인이 쓸 거면 나는 왜 데리고 온 거냐고. 바닥에서 자라고? 뭐 바닥에서 자라면 잘 수도 있지만... 진짜 황당하다.
흠냐아... 습관적으로 존댓말을 하면서 비 오는 밤에 장미가 부풀어오른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사락사락···.
"바닥···."
하나뿐인 베개를 휙 던진다.
바닥으로.
바닥에서 자라는 의미인걸까?
白佳晛:..... 이거 지금 바닥에서 자라는 건가? 바닥에 던져진 베개와 로즈마리를 번갈아 본다. .. 베개는 양보해준다는 부분에서 감사해야 하는 건지, 손님이라고 부르면서 취급을 이렇게 하는 부분에 있어 어처구니가 없어야 하는 건지.. 잠시 어벙하게 서있다가, 어쩐지 흐릿하게 누군가 떠올랐다. 기억나지 않는, 그러나 찾고 싶었던 누군가가.
"... 그래요. 당신이 먼저 있던 방이니까 당신이 침대 쓰세요. 다른 방은.... 가려면 시체 몇 구를 또 눈에 담아야 해서." 요컨대 바닥에서 자겠다는 말이었다. 가현은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섬주섬... 챙겨다 구석으로 가 누웠고, ".. 근데 여기 이불은 없는 건가요." 말하며 힐끔 당신이 누워있는 쪽을 보았다. 자신이 찾는 사람이 당신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잘 떠오르지 않는 그 흐릿한 인영이라도 겹쳐보는... 우스운 짓이었다. 꿈에서 봤던 사람을 현실에서 찾는 것도. 괴물같은 존재에게서 사람을 겹쳐보려는 것도. .....
가현은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나요?
찾고 싶었던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죠?
푸릇한 로즈마리 향이 피어오릅니다.
꿈에서 보았던······.
GM:가현은 이불을 찾아봅니다.
그러자 도로 누워버린 로즈마리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향해 눈을 돌립니다.
marie:"······ 많이 추운 거야?"
白佳晛:..! 마주치는 건 원하지 않았는데. 안 본 척하며 답한다. ".. 그럼 춥죠. 저 쫄딱 젖었다고요. 딱히 몸 덥히지도 못했고.... 가뜩이나 젖었는데 누구 때문에 식은땀도 또 왕창 흘렸죠......." 끝에 말은 거의 웅얼거리듯한 말이었다. ... 그렇다. 겁쟁이라 평소엔 남한테 대놓고 뭐라하지 못하지만, 당신의 귀가 잘 안 들린다는 점을 이용해 투덜댄 거다. 찌질한 사람. 그러나 본디 그런 사람이었다.
marie:"그런건가······."
가현의 의도와 달리 잘 알아들었다. 세상 일은 가현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찌질한 당신 때문에 선잠마저 들락말락하며 누워있었다. 그 향기가 익숙하다. 너도 참 내 주인과 닮았어서.
필연적으로 싫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반응이 나의 첫 세상이었으니.
장미는 여느 때와 달리,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
"가현가현···."
온기를 품어둔 손을 침대 아래로 툭 떨어트렸다. 온정을 주면 나의 세계에서 호흡이 가능하였다.
"따뜻한 것은 이 꽃잎 뿐이야···."
로즈마리는 이불 같은 거. 안 덮고 자.
뭐, 시체랑 같이 이불을 찾아보면 어디선가 나올 수도 있고·····.
白佳晛:..?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슬쩍 돌려 로즈마리를 보면, 별안간 침대 아래로 손을 툭. 떨어뜨리는 로즈마리였다. .... 뭐지. 저 손은. 이불 따위는 없으니 손이라도 잡아준다는 걸까...? 가현은 잠시 말없이 로즈마리를 보다, 다시 고갤 정면으로 돌린 채 눈을 감았다. 겨우 손이 이불을 대신할 수는 없는 거였다. 그리고 손을 잡으면, 어쩐지 응석부린 것 같아지니까.... 그런 건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먼저 들린 것은 대답보다는 작은 한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없으면 됐어요. 시체라든가 그런 거 지금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았다가는 스트레스로 죽어버릴 테니까. 그냥 내일 반반 확률로 아프고 말죠."
marie:겨우 뜯어낸 꽃잎을 네가 줍지 않자, 이 의미심장한 '탐정'과 '이방인'의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아래로 떨어트린 손을 다시 품 안에 넣었다. 따듯했다······.
白佳晛:대체 무슨 상황이지? 바로 조금 전까지 수면 상태였던지라, 더욱이나 상황 파악이 느렸다. 눈 앞의 존재는 로즈마리였다. 눈을 감기 전까지 봐왔던, 아는 얼굴. 이름까지도 알고 있다. 근데 뭐가? 여기에 있냐는 말이야? 원래부터가 생각을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건 진즉 알고 있었는데도 너무 당황스러워 소리 없이 입만 벙긋거리기를 몇 번. .. 겨우 입 밖으로 소릴 내면, 역시 얼빠진 목소리다. "뭔... 무슨 소리예요? 기억상실증이라도 앓아요? 인간도 아니면서?"
白佳晛:..???? 아니, 뭔데?? 돌연 혼자 나가버리는 로즈마리의 뒷모습에 가현은 배로 황당해졌다. 놀란 얼굴로 그 존재가 나간 곳을 바라보다가.... 또 무슨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 싶어 몸을 일으켰다. 이런 일을 겪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누워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이미 그럴 잠도 다 날아가버렸으니까. 가현은 로즈마리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白佳晛:.....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쩌면 탐정으로서의 일을 하는 것이겠지만, 원래 이런 느낌은 아니었지 않나. 갑자기 어딘가 바뀐 듯한 태도에 조금 께름칙함을 느끼지만, 일단은 대답한다. ".. 네 뭐. 본 적이 없진 않은데.... 왜요? 설마 당신 일을 도와달라든가 말하려는 건.... ..." 아니겠죠.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보았다.
Rose:"로즈마리는 지시하였어. 시체를 직접 봐볼래?"
무릎을 굽혀서 시체 앞에 있다.
"자세히 보면 돼······."
관찰 혹은 의료 판정으로
시체를 살필 수 있습니다.
Rose:"이쪽이야······."
"이쪽······."
白佳晛:"..... 저기, 무리예요. 이런 거 자세히 봤다간 분명....." 토하고 말 텐데. 하지만 왜일까? 말과는 달리 눈이 그리로 향했다. 비일상을 바라고 나선 배낭여행에서, 이만한 비일상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白佳晛:"..." 가현은 고개를 살살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목이 부자연스럽게 꺾여있고, 등에 부엌칼이........ 그리고 바닥에 피가. ... ... 그거 말고는 몰라요. 이미 당신도 다 봤을 것들이죠. 정말 제가 다른 특별한 걸 봤다고 생각해서 묻는 거예요?"
Rose:아주 티가 조금, 조오금 나게··· 시큰둥하게 듣습니다. 바닥에 고여있는 피를 발로 문지릅니다.
"이건······ 이상하지 않은 걸까? 로즈마리는 문제점을 짚어봐. 여기만 덜 굳어 있잖아···."
白佳晛:로즈마리의 말을 듣고 바닥의 피를 다시금 본다. 몇 번을 보아도 쉽사리 적응되지 않는 빨강에 절로 미간을 찌푸렸을까. 고여있는 피는 정말로 어느 한 부분만 덜 굳어있어다. ... 근데 뭐 어쩌라는 거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뭔가 찾아냈으면 잘 된 일이다. 마저 탐정으로서 일을 계속하면 될 텐데, 자는 나는 왜 깨웠고, 이런 건 왜 자꾸 물어보고. 머리가 빙빙 도는 와중에 하는 말을 들어보면 또 영문 모를 소리다. 이번엔 미간 대신, 눈썹이 절로 움직여 팔자를 만들었다. "... 알기 쉽게 말해주시겠어요...? 제가 지금, 잠이 덜 깼는지 이해력이 안 좋거든요...." 아니, 실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못 알아듣고 싶은 것에 가깝겠다.
머리가 빙빙 돌아갑니다.
쉽게 말해달라고 당신이 요청하였다.
그러자,
Rose:" ··· 자기소개를 깜빡했습니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냉혹한 안면이···
치아를 보이며 뽀얗게 웃어보입니다.
Rose:"내 이름은 클라우트···"
"나의 심장은 로즈마리."
" ···그저 그런대로의 탐정이었다."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가,
가현을 똑바로 봅니다.
"장미의 조수를 해."
"낮의 꽃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
"그리곤 내게 말해줘···."
절대로··· 낮에 피는 꽃을 믿지 마.
아주 잠깐의 회상 시간을 가져봅니다.
"가현가현···."
침대 아래로 툭 떨어지던 팔목.
당신은 아무 응답도 없이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던 순간까지.
괴상한 경고를 남긴
로즈마리는
너도 슬슬 잠을 자두는게 좋을거라며
침대에 눕습니다.
GM:가현도 그를 따라 눈을 감나요?
하늘은 비로 젖어있습니다.
白佳晛:... 상황은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둘은 다른 사람인 걸까. 그렇다면 그건 물리적으로 다른 사람? 아니면, 정말로 기억상실증....? 그것도 아니면 이중인격......? 혼자 생각해본다고 해도 로즈마리. 아니, 어쩌면 클라우트일 그녀가 먼저 누워버렸으므로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가현은 잠시 먼저 누운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짧은 한숨과 함께 다시 근처 바닥에 누웠다. 당장 이 상황은 이해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제대로 답이 서지 않았지만.... 그걸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아마 이 새벽을 꼴딱 새워버릴 것이 분명했기에. 딱히 생산적으로 사는 가현도 아니었지만, 비효율적으로 사는 가현도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조금은 덜 머리아픈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눈을 감기 직전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 마지막 채취라서, 저는 좀... 좀.... 무리일 것 같네요. 혼자 드세요. 괜찮아요. 하루 이틀 굶는다고 사람 안 죽으니까..."
그러니까 안 먹겠다는 말을 하려는 거였을 텐데. 말을 뱉고 보니 뒤늦게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사람은 하루 이틀 굶는다고 죽지 않지만, 계속 굶으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 저택을 떠날 수 있게 되는 날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당장에 지금도, 조금 나아졌다 뿐 계속 비는 내리고 있었으니까. 결국 가현은 탄식같은 숨을 뱉고는 말을 이었다.
"... 먹는 걸로 하죠. 미안해요. 이럴 거면 잔말 말고 얌전히 먹을 걸 괜히 성가시게."
marie:장미는 시체에 보며 깍지를 낀다. 자극적인 간이 되지 않아서 싱거운 너를 눈에 담아보았고,
"인간은 여리군요. 죽은 자와 겸상하는 것은··· 불길한가요?"
"로즈마리는 자신도 이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움직이면 다 생명이 있는 것인가. 참 어려운 주제야······."
짙은 비가 사그라들 적이 오기나 할까. 백가현은 배가 곪아서 힘아리 없어질 날을 받아두고 있었다. 온갖 번민과 탐욕에 휩쌓인 인간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하여 이글거리는 불꽃에 올라가기 전까지 억울함에 두 눈에 꾹 담고 있던 그들처럼. 비록 내 불씨는 여기서 꺼지겠지만, 택한 길 중 잘못한 선택 하나 하지 않았다고. 장미가 바라보는 가현의 탄식은 깊어서··· 세차게 퍼붓는 비를 닮았다.
"······ 사과를 하는구나. 가현가현이 말을 번복하기 전까지······ 로즈마리에게는 찰나의 시간이 흘렀어. 음식을 먹으면 너에게 좋겠지··· 몸이 상하지 않을테지. 아아."
재차 납득한다.
"권하는-"
"로즈마리는 성가셔?······."
깊게 찢어진 눈을 가현에 맞춘다. 메이드복 앞섬에 손을 모았고··· 고요한 안색은 코에서 호흡이 나오는지 알기 어렵다.
"방금 휼륭했어. 로즈마리는 칭찬해. 아, 좋았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생각을 하면서 결국 후회로 이어졌구나."
"장미가 다시 물을게. 먹겠어······?"
너에게 기회를 준다.
멀리서 백가현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주는 것쯤 로즈마리에게 어렵지 않아서.
눈 앞에 방치된 음식이 보입니다.
만약 먹는다면 정신력 판정입니다.
白佳晛:".... 네?"
권하는 게 성가시냐든가, 그런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짧게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러면 곧 들리는 말이, 방금 훌륭했다는 말이던가. 대체 훌륭할 부분이 어디에 있었지 싶어, 가현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 네... 먹어요. 번복한 부분이 좀 그렇긴 하지만, 먹는 거 말곤 다른 수도 없어 보이고...."
말을 마치면 가현은 다시금 그 차갑게 식은 음식을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역한 기분이 되었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marie:"아, 몸으로 칭찬을 해줘야 하나요?"
로즈마리가 살짝 까치발을 올려서 백가현의 머리 위 허공에 손을 든다. 정적이 잠시 흐르고 살짝 기웃한다. 너한테 ㄱ? 이러는 눈빛이다.
"그럼 잘 먹어······."
"로즈마리가 웃었다."
기뻐보인다.
몸에 익은 듯이 음식을 잘라서 앞에 대령합니다.
白佳晛:"....네??"
이번엔 아까 전보다 조금 더 얼빠진 목소리를 뱉었다. 심지어는 약간 하이톤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건 대체 뭔.... 뭐지. 쓰다?듬? 이라도 해주냐는 걸까? 순간 헉, 하고 숨을 들이켰을지도 모르겠다.
"... ... 칭, 칭찬 같은 거 필요 없거든요. 애도 아니고... 그냥 뭐가 훌륭했다는 건지. 당신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고....."
그렇게 대답하고 나면 괜히 또 한숨을 뱉으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후로는 앞에 대령한 음식을 잠시 빤히 보다가, 로즈마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 근데요. 당신이 인간이 아니면, 나이라는 개념은 있어요? ... ..."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동방예의지국 출신이었다.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어서는 안 돼....
marie:"애가 아니어도······"
"칭찬은 필요하니까."
하이톤과 정반대 낮게 깔리는 음성. 장미가 의자에 앉아보며 백가현을 비스듬히 둔다.
"로즈마리는 원했어. 진솔한 마음을. 차라리 진솔했던 칭찬을."
음식을 먹는다고 했지만 바로 입에 집어넣지 않는 너를 무디게 본다. 어째서 먹지 않는 걸까···. 너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생명이었나?
로즈마리가 아래를 보았다. 프릴로 마감된 치마가 올라가 매끈한 허벅지가 나와있다. 답을 모르는 눈동자였다.
"세는 걸 잊어버렸어."
"보기에는··· 어떠니?"
울림은 건조하였는데 방금 전 물이 한 방울 튀어 고이고 잔잔한 강을 울린 듯 싶다.
"수를 세어봤자, 알아주는 이는 없으니···."
── 가현가현. 사랑 받았어?
白佳晛:"....."
애가 아니어도 칭찬은 필요하다니,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분명, 그런 말을 해줄 사람도 없었던 것이 가장 먼저겠지만 말이다. 그런 식의 생각으로 홀로. 속에서만 고요하게 부정했다. 그 부정을 입 밖에 내면 어쩐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을 던진 뒤 얌전히 눈 앞의 당신을 쳐다만 보고 있자면, 당신은 말했다. 세는 걸 잊어버렸다고. 보기에는 어떠냐고. ......... ....... 순간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라고 어떤 아저씨가 말하는 걸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잠시 눈치를 살폈을 것이다. 가현은 눈 앞의 당신이 다행히도 불쾌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세는 걸 잊어버렸다고 할 정도면 꽤 오래 사셨나 보죠... 보통 그런 말 아무리 어려도 서른 넘은 사람들이 하거든요. .... 그러니까... 누나인가...."
끝에 붙은 말은 혼잣말이었다. 가현은 주변을 좀 둘러보는가 싶더니, 당신이 쓸 수저를 챙겨다 당신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먼저 드세요...."
marie:"누나······."
"로즈마리는 너의 누나인가요?"
큰 내색없이 수저를 도로 백가현에게 밀었고
"누나는 알려준다. 장미는 인간 밥을 조금만 먹겠다고···."
장미 누나가 가현이 보고 많이 먹으랜다. 로즈마리는 본래 허기짐도 느끼지 못하나 먹긴 먹는 녀석이다.
"혹시 시체가 있는 부엌이 싫었어?"
서재를 가리키며 샌드위치를 담은 접시를 건네줍니다.
"깨끗한 방이 하나 있지······."
로즈마리는 떠올렸어. 시체가 없는 곳."
"책상도, 의자도 있어."
잘게 잘라준 음식을 입에 넣지 않자
베어물기 쉬운 샌드위치를 권해봅니다.
白佳晛:"...?" 누?나? 라고 지금 저 사람이 말한 거야? 순간 가현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가현은 습관적으로 혼잣말을 흘리곤 하지만 그게 절대 의도는 아니었으니까. 뭐, 지금과 비슷한 상황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스무 번은 더 넘게 존재했기에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 아, 그게... 누나..이긴 하겠죠. 당신이 제 누나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이는 저보다 많.. 아마도 많을 테니까."
당신이 제 누나는 아니겠지만- 하고 하는 말은, 그 자칭 누나를 그만두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친근하게 부를 사이가 아니지 않는가. 가현은 이런 걸 매우 따지는 성격이었고... 아니, 그것보단 남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부터가 문제인 사람이었다. 대체 꿈 속에서 보았던 그들과는 뭐였을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소식가인 편인가? 생각하며 당신을 보면, 당신은 곧 서재를 가리키며 이번엔 샌드위치를 담은 접시를 건네주었다. 가현은 자연스럽게 그 접시를 받으며 즉각적으로 답했다.
"제가 저쪽 방에 들어가도 돼요? 전날엔 다른 방은 안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신이랑 같은 방 바닥에서 자게 하더니? 그렇게 깨끗한 방에서 먹을 수 있으면 당연히 거기서 먹어야죠..! 이런 데서 먹었다가는 솔직히 다 체할 것 같다고요."
어쩐지 평소보다 말하는 속도가 빠른 것이..... 이동을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marie:백가현의 돌려말하는 거절이 긴 연설로 이어진다. 로즈마리는 그 자리에 앉아서 추호의 관심도 없는 듯 '메이드복'을 입은 채로 습관성 눈맞춤을 하며 바라보고 있다. 꿰뚫어 보는 눈빛은 쌀쌀 맞았으나 자리에는 분노나, 불쾌감 없이 안정이 서려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친밀한 사이 이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적생명체라고 의식은 하고 있을까? 내 당신께 마음을 품고 있을까.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꽃이었을까, 난.
로즈마리가 느꼈다. 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얄팍한 기대감도 아닌 알쏭달쏭한 집념으로, 같잖은 구원을 바라는 것도 아닐 터인데··· 백가현이 그날 밤 꾸던 꿈 의미를 모르는 장미는 의아할 뿐이다.
"시체를 보고 난리를 피우는 건 싫어했지······."
"지금처럼―"
"로즈마리는 말이야······."
목소리가 빨라지자 장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소리의 파도가 한 순에 밀려오며 듣기 힘들었다. 말의 템포── 선두권을 가져오기 위하여 로즈마리가 늘씬한 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짧은 치마를 골반 밑에 두고 백가현 쪽 테이블 위에 바로 앉는다. 조심성은 있었으나 뜻은 강압적이었다. 흥분하지 말라고. 이 집에 있는 동안 내 손에 있는 건 너니까······.
그리곤 허리를 휘어 테이블을 잡고 속삭이듯 말한다. 가까이 들리도록. 낮고 느린 음성을 네가 기꺼이 따라할 수 있도록.
"이대로는 먹지 않을 거잖아?"
"장미가 반박을 하였어······."
툭, 무릎으로 네 가슴을 친다.
닿을락 말락. 센 강도는 아니었다.
"가현가현···이 좋아하도록"
"로즈마리는 서재의 길을 알려주는 거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달관한 꽃이 숨을 흐리게 쉰다.
白佳晛:"...... 아...?"
어쩐지 좀 전부터, 심심하면 얼빠진 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소리를 내지 않기엔 지금 상황이 몹시도 당황스러운 가현이었다. 분명 당신은 좀 전에 말했다. 다른 방으로 옮겨가서 식사를 하지 않겠냐고. 적어도 가현이 이해하기엔 그랬는데, ... 그게 아니었던 걸까? 지금 나는 왜 혼?난 거지? 뭔가... 뭔가 봐줘서 망정이지 한 번 가격당할 뻔한 것 같은데.... 눈 앞의 당신이란 존재는 도무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건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 언제부터인가, 당신이 조금은 편해졌던 걸까? 잊고 있었던 공포심이 다시 기어올라오는 것만 같음을 느끼며, 가현은 시선을 슬그머니 회피한 채 입을 열었다.
"... 왜 화가 나셨는진 모르겠지만... 미안해요. 거슬릴 소리를 해서. 그냥 전 조금 신났어요. ... 당신이 파악한 대로. 저는 시체가 있는 부엌이 싫으니까."
가현은 슬쩍 다시 시선을 옮겨 눈 앞의 당신을 살폈다. 표정이야 여상했으니, 긴장감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장소를 옮길 기회 까지는 거두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 다행스러웠으려나. 가현은 아까 전과는 다르게, 가능한 차분히 답했다.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모를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가? 가현의 사전 안에서는 간단했다. 그냥 저지른 실수의 반대로 행동해본다. 그러면 적어도 같은 지뢰를 밟지는 않았다.
".. 서재로 가요. 거기서 먹는 게... 더 좋아요."
marie:"장미는 심통이 난 꽃이라서."
"로즈마리가 가시를 세우고 있는 걸까······."
얼빠진 인간을 바라봤다. 로즈마리─── 감정 서리지 않은 눈동자가 가현을 비춘다. 본능에서 기원된 공포가 전해진다. 사람의 꼴을 한 메이드복 괴물이 당신에게 뗀 무릎을 품에 안았다.
그 위 손바닥과 얼굴을 올려 가만히 내려다본다. 로즈마리의 짧은 속치마에는 프릴이 가득하여 안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어 속이 보이지 않았다. ······ 로즈마리에 대한 가현의 생각처럼.
"네가,"
"신이 난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장미가 눈을 왼방향으로 도록 굴렸다.
"그리하여 섣부른 목소리로 알아듣지 못할 속도로 입을 뗐지······."
동쪽 방향으로 눈을 움직였다.
"선을 긋는 네가,"
"어째서 장미가 모를 속도로 말을 하는 걸까."
"로즈마리는 의문이었어. 어서 장미의 언어를 사용해···"
나는 한풀 꺾인 장미···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대상은 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태초부터 고독이었으니. 가시를 두른 내가 '타인'에게 연민을 품는 것조차 외람된가 하고 여겨서······.
저 여리고 약한 동물은 그 '연민'이란 감정을 아는 순간 멀리 도망치겠지. 눈에 보이지 않을 곳으로. 아직 때가 아니다.
차가운 정강이뼈가 바싹 마른 입술에 닿았다. 서늘한 기운에 십자인대가 팽팽이 당겨지는 것을 감지하였다.
"로즈마리와, 너는 좀 가까워졌니······?"
평등한 관계를 모르던 장미는 높이 오른 탁자 위에서 당신과 눈을 맞춘다.
"서재에는 가현가현이 홀로 갈 거야···."
아, 이면에는 복잡한 생각꾸러미를 뒤집어 쓴 백가현의 손을 강제적으로 당겨서 일으킨다. 샌드위치가 든 접시를 쥐어줬다. 등을 툭 민다. 서재의 방향을 가리키고, 어깨 너머 로즈마리가 귀에 대고 속삭이며 언질을 남겼다.
"── 나의 선을···"
"흐려볼래?"
자리를 떠난다. 희미하게 사라졌다. 역겹의 시간 동안 버티고 있는 머리카락이 잔상에 남아있다.
그 머리카락은, 장미의 멸망은 대체 언제쯤 찾아오는가. 참으로 징하였다.
아, 살짝 웃었나?
여자의 풋내 어린 웃음이 울렸다.
白佳晛:"...?"
눈치를 살피듯 바라보다, 질문인지 뭔지 모를 로즈마리의 말에 의아함만을 내비쳤다. 뜬금없이 좀 가까워졌냐니... 그게, 역시 뭔가 말을 실수해서 그런 걸까? 슬슬 기어오르네. 이제 내가 좀 편한가 봐. 뭐 그런 의미일까? 긴장한 마음이 편해지지를 않아 괜히 마른 침이나 삼키고 있었더니, 곧 몸이 강제적으로 일으켜졌다. 손에는 샌드위치가 올려진 접시가 들려있었고, 툭.. 밀렸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 '나의 선을··· ···흐려 볼래?'
.... ..... 라니, 이거 앞으로 한 번만 더 기어오르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말일까...? 안색이 보다 창백해진 가현이 짧게 멍때리는 동안, 로즈마리는 먼저 자리를 떠나버렸다. 몸인지 주변인지가 괜히 싸늘하게 느껴져 가현은 몸을 잘게 떨었고, 얼마 뒤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서야 서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白佳晛:"오... 여기 공기 좀 편안해....." 간만에 숨 깊게 들이마셔보곤, 곧 나무 책상으로 다가간다. 앉을 곳과 책상이 있는데 굳이 서서 먹을 것도 없으니까.
간만에 숨이 트입니다.
책상으로 이동해서
샌드위치가 놓인 그릇을 놓는다.
달칵 -
나무 재질 특유의 소리의 둔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白佳晛:샌드위치 우물우물 먹으며 자연스럽게 책장 쪽을 바라보았다. 3면이 다 책장이라, 사실상 벽만 봐도 3/4 확률로 책장 쪽이 봐질 테지만..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보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자니, 곧 다시금 그 말이 떠올랐다. 낮에 피는 꽃을 믿지 말라고..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라고. 또, 새벽 장미의 말에는 답을 하지 말라는 말도 함께.
"... 대체 둘은 같은 존재야 다른 존재야? 나.. 참... 장난...은 아닌 것 같았는데. 괜히 사람 속 복잡해지게......."
한숨을 한번 내쉰 가현은 곧 남은 샌드위치를 입 안에 몽땅 우겨넣고 우물거리며 책장 앞으로 향했다. 장난에 놀아나는 거라면 꽤 기분 언짢겠지만, 하여튼 탈출은 불가능하고, 로즈마리와 클라우트가 의심스럽다면 혼자인 지금 뭐라도 조사해보면 사소한 거 하나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뭐... 비밀의 공간? 숨어서 비가 그칠 때까지 존버할 공간이라든가?
샌드위치의 차갑게 식은 빵이,
이빨에 잘근 씹힙니다.
낮의 장미와 새벽의 장미──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오직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를 그렇게 끝내고,
책장 앞에 서자,
이 서재에는 크게 세 종류의 책이 꽂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GM:[정신 의학], [심리학], [오컬트]. 원하는 장르의 책을 읽어봅시다.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당신의 서재에는 비밀 공간이 있나요? 가현.
白佳晛:"..... 보통 이런 별장은 휴가용으로 따로 두는 집.. 아닌가. 뭐 이런 전공 서적 같은 책들이...."
... 가현은 대학 같은 곳에 가본 적은 물론 도서관, 서점도 잘 다니지 않았기에 실제 전공 서적은 본 적도 없지만 말이다. 곧 가현은 아무 책이나 뽑아들었다.
2
심리학....
여러 심리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그 중 한 이야기가 눈에 띄는군요.
한 의학 연구소에서 사형수들을 상대로 한 실험이다. 눈을 가리고 침대에 묶어 인체에 무해한 수액을 투여한다. 환자에겐 "1시간 뒤, 이 약물을 전부 맞으면 당신은 죽는다." 라고 이야기 하며, 방에는 초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계를 둔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참여한 사형수들은 전부 사망했다. 인체에 무해한 약물을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죽을 거란 믿음 하에, 인간은 스스로를 죽여버린 것이다… (중략)
전공 서적과 달리
실험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되어있습니다.
白佳晛:...... 소름이 또 오소소소 돋는 것 같다.. 책을 덮어 곧장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뒤, 다른 책을 꺼내든다. 이번엔 정신 의학이다.
정신의학 책을 꺼내들어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일까요.
<이중 인격> 항목에 시선이 멎습니다.
해리성 정체 장애의 일종이다.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확연히 구별되는 자아가 들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과거에는 빙의라고도 하였다. 실제로 인격이 둘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오래 형성된 정신 상태의 일부분이 일시적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조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특정 인격이 마음을 장악하는 동안 경험한 것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보통 다른 인격의 존재도 알지 못하나, 가끔 어렴풋 알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중략)
… 아주 드물게, 아무 원인 없이 또 다른 인격이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대한 치료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白佳晛:"....... 뭐야.... 또 소름돋는 게....."
가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책을 쳐다보았다. 언짢은 마음에 그런 것이지만, 그렇게 쳐다보며 몇 번 읽었던 부분을 다시금 읽어보니.. ...
어쩐지 누군가 떠오르는 책의 내용에 괜히 문 쪽을 한 번 돌아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남은 책을 살필 차례였다. 오컬트라니 이게 제일 섬뜩해 보이지만... 혹시 모른다. 유의미한 발견을 하게 될지도?
도대체──
이 서재는 마굴인가요??
소름 돋습니다.
오컬트 책은 어쩐지 불길한 표지입니다.
살짝 접혀 있는 페이지가 있네요.
펼쳐보면, 위에 작은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최후의 방법── 이라고.
비가 내립니다.
비가, 비가, 내립니다.
<심연의 저주> 사용 마력 1D10+10 / 정신력 1D20
처음 읽었을 때 이성판정 1d4 주문을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 1D5+2시간.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주문을 외우면 대상의 자아가 무너지며, 곧 정신이 완전히 파괴된다. 이 주문은 한번 시전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GM:그 아래에는 또 다른 메모가 붙어 있습니다.
[무사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라고.
白佳晛: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3
기이하고, 소름 돋습니다.
대상의 자아를 무너트리는 주문이라니,
白佳晛:"......... 이거 대체.... 누가 남긴 메모지."
존재해선 안될 것입니다.
白佳晛:"누가 이런 걸..."
백가현은 주문을 읽었습니다.
이 끔찍한 내용은,
7분 동안 머리에 계속 맴돌 거예요······.
그리고,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7분이 지나고-
괴이한 용기가 떠오릅니다.
적어도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
자신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GM:근자감 획득. 백가현은 <심연의 저주>의 주문을 익혔습니다.
白佳晛:.... 이상한 자신감을 뒤로하고 봤던 책을 돌려놓는다. 어쩐지 로즈마리가 생각나는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사랑도 아니고,
감정이 참 애매합니다.
책을 읽고 생각나는 누군가라니.
白佳晛:방 안에 더 볼만한 곳이 있는지 슥 둘러본다.
여전히 창 밖에는 빗줄기가 떨어져요.
똑
똑
똑
아, 이건 비소리가 아닙니다.
백가현은 정신을 차립니다.
뱃속에는 아직 소화되지 않은 샌드위치가,
잘게 부셔져 위장을 타고 내려간다.
방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였습니다.
marie:"식사가 끝났다면···"
" 밖으로 나오세요. "
문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익숙치 않은 경어입니다.
똑
똑똑
똑똑똑
ㄸ
ㅗ
ㄱ
똑
白佳晛:..... 뭐지? 괜히 안 나가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이 무서운 건 방금까지 섬뜩한 책들을 보고 있었던 탓일까.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겁쟁이였던 탓일 수도 있겠다. 가현은 곧장 방 문을 열고 나갔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 간 건 아닌가 의심했더니만... 하는 생각으로 로즈마리를 흘끔 봤다가, 곧 고개 숙여 지도를 보며 말했다.
"... 전날에 참 칼같이도 자러 가시던데요. 오늘도 그러실 예정이라면 서둘러야겠네요... 음. 맞아. 그렇네. 들어봤어요. 이런 사건은 수사? 좀 서둘러야 한다며요 시체 많이 부패하기 전에.. ..."
거실과 부엌, 화장실, 2층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어 보다가, 문득 로즈마리를 향해 시선 들어올리며 물었다.
"... 혹시 먼저 둘러보신 곳은 있으세요?"
marie:"꽃은 조수에게 상냥하겠지··· 그거야, 네가 하는 몫에 따름이지만······ 로즈마리가 고백을 하였다. 어설픈 조수의 탐정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으니까···. "
"으응··· 서두를까······."
장미의 시선이 백가현의 어깨죽지를 타고 종강이 밑으로 흘렀다.
" ··· 비가 차갑지? 낮아진 기온으로 부패를 오롯이 막기 힘들 거야······."
당신이 집을 유심히 둘러본다. 그 낌새를 감지한 로즈마리의 입가에 동동 띄운 보조개가 굳는다. 이미 피운 웃음이니 다 되었다는 건가.
"없어. 아니, 있을까······ 이 집은 지독해. "
"넓어서 고요해······."
"조수가 필요한 이유도,"
"그 이유였겠지······."
기운 빠진 성음이 제 손등을 내려다 본다.
白佳晛:"...... 그럼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그러니까, 거실 아니면 부엌 먼저 살필까요. 그게 동선 낭비가 없을 것 같은데.."
marie:백가현의 손목을 잡는다.
"자, 나아가."
"부엌도, 거실도 좋으니까······."
어디로 향할까요?
白佳晛:"... 제, 제가 앞장을 서라고요. 저는 조수인데요?"
갑자기 손목을 왜 잡는지 몰라 덜그럭하기도 잠시, 황당하다는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뭐, 말은 그렇게 해도 당신이 앞장 서라든가 탐정으로서 맡은바 일을 조수에게 전부 떠넘길 생각은 아니겠죠 라든가 할 수 있는 말은 따로 없었으므로 걸음을 옮겼지만...
"거실 먼저 갈게요.."
marie:손목을 잡은 이유?
"함께 할 거니까······."
성큼 성큼── 네 보폭을 따라 거실로 걸음을 옮긴다. 머리 하나 더 크다고 해서 수사를 전부 맡겼다면 조수의 깜냥을 부시는 행위와 같다. 체온이 닿으니 서늘한 숨통조차 피지 못하는 백가현이··· 앞장을 서라고? 저는 조수인데?······ 장미는 메마르게 대답한다. 미안해, 내게 다정을 구하면 안돼.
白佳晛:제게는 썩 좋지 않은 정보만 새로이 알게 된 것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로즈마리의 말에 약간 눈 가늘게 떴다.
"...네..? 산사태에 파묻... ... 그런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 그나저나, .. 당신.. 탐정님은 뭐 좀 찾으셨나요? 전 여기서 뭐.. 딱히 발견한 게 없는데...."
marie:길게 늘여트린 머리와 얼굴이 그늘져 보이지 않는다.
白佳晛:"알아냈다 해도 범인은 잔혹한 성향은 아닌 것 같다는 정도....?"
이렇게 무능한 조수도 괜찮은 걸까 싶은 감상에 시선은 바닥으로 흘렸다.
marie:"로즈마리는 힌트를 준다······."
"아까 말한 퀴즈의 답-."
"흉기는 여기에 없었지······ 숨겼거나 다른 곳에도 사용된 정황 일지도···."
"조수가 알아낸 잔혹한 성향에 맞춰서 방대한 살인을 저지른 거라던가······."
바닥을 바라보는 조수. 로즈마리는 시야에 보이도록 신발 앞코를 바닥에 긁으며 둥글게 돌린다.
"······ 어때? 장미 탐정은 너에게 필요가 있니?······."
살짝 보여주듯이 이빨을 보인다.
··· 칭찬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력 행세?
白佳晛:눈 앞에서 둥글게 움직이는 것을 따라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굴리다가, 작게 혼잣말을 흘린다.
"... 아. 맞네..."
부러 시체를 훼손하거나 한 흔적은 보이지 않아 잔혹한 성향은 아닌 것 같다 생각했더니, 그렇네. 이곳 살인을 모두 혼자서 저지른 거라면 그거만큼 잔혹한 게 없겠구나. 별안간 혼자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가현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가,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네? ... 당연히 탐정님이시니 저보다는 사건 추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필요가 있는 건 다른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기에, 가현은 그게 무슨 물음이냐는 듯 로즈마리를 보았다. 보다가,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곧장 다른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 일단.. 이 사건은 좀 크..니까? 전체적으로 빠르게 봐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부엌으로 갈까요."
그리고 눈치를 살피며 슬쩍... 로즈마리의 손목 쪽으로 제 손을 가져갔다. 잡은 건 아니었다. 멋대로 잡으면 또 갑자기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 아까처럼 잡고 이동할 거면 어서 잡으라는 무언의 뜻이 있었다.
marie:전제 없이 사건 추리에 도움이 되는 탐정이라. 가현이 답을 하며 눈꺼풀을 올려 동그랗게 뜬다. 장미는 무심한 성정으로 조수의 표정 변화가 알기 어려웠다. '얼굴'이라 칭하는 구멍을 채워 넣은 하얗고 부들부들한 유색 배경이 커졌다. 네 심장에 박혀 울리는 힘은 '당혹스러움'인 걸까···.
"아, 너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오나···."
긍지 높은 장미는 가시가 많아서··· 매사 의문 아닌 것이 없다. 인간이 정의하는 ~일관적인~ ~사과는 빨갛다~는 의미마저 톡 튀어 느껴진다. 가현의 손이 다가왔다.
"갈까요··· 부엌으로."
로즈마리는 몸의 움직임을 멈춘다. 앞서 말했듯이 장미는 인간이고 싶었으나, 진즉에 사람을 벗어나서··· 지속되는 가변성에 약하였다. 너 정말···.
··· 변칙적이구나.
가늘게 기른 손톱으로 살에 박히든, 가현의 피부를 가볍게 스치었든 행위의 결과는 고의가 아니었다. ······ 로즈마리가 내밀어진 가현의 손목에서 감지하고자 뻗은 의도는 맥박이라서··· 살아있다는 의미라서······ 팔 윗단에서 손목까지, 가락지 없는 긴 손가락이 희미한 기세로 밀고 올라온다.
백가현이 잡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거닐며 손목을 가져다 댔더니 로즈마리가 훑고- 멍한 기색으로 백가현 손 안에 주먹을 쥐고 들어왔다.
"자······."
그래. 가시에 찔릴 일은 없도록 해야지. 장미의 여린 잎사귀를 준다면 네가 덜 다칠까, 내가 다칠까? 응······ 재밌어.
────── 부엌으로 가자는 경어가 끝나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白佳晛:"....?!"
잡으라고 줬더니만, 이게 무슨 뜻밖의 짓이지...? 가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손을 내려다 봤다. 대뜸 훑듯이 저를 건드리던 손은 이제 제 손바닥 안에 주먹 쥔 채로 자리잡고 있었다.
"... ....."
괜히 식은땀이 났다. 잡으라는... 건가? 잡아도 화 안 내려나? 눈치보듯 로즈마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느릿하게 로즈마리의 손을 감싸 잡았다. 힘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에는, ".. 이거 맞죠?" 하는 말과 함께 몸을 틀어 부엌 쪽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귀 끝이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
손 안의 여자는,
한 마디도 벙긋하지 않았다.
미동하지 않는 입꼬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당신은 앞으로 나선다.
발을 바닥에서 뗄 때마다,
그림자 같은 그녀가, 함께 발을 딛는다.
빗소리 들리는 오두막의 정막에서······
호흡이 이어지고 있는 감촉만 숨을 내쉰다.
당신의 선택이 맞았던 걸까,
당신의 선택이 개의치 않았던 걸까,
모든 것은 알 수 없었다.
귀 끝 달아오른 당신의 손에는······
혈맥이 박동하는 그녀의 손이
들려있다는 사실 빼고는──────
······ 부엌으로 이동하였다.
白佳晛:별로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괜히 어색함에 먼저 입을 연다.
"이쪽 시신도 빨리 확인해보죠."
GM:······ 혹시 당신은 뒤를 보았는가? 따라오고 있는 장미를 쳐다보았을까?
白佳晛:딱히 쳐다보지 않았다. 뭔가 민망스러워서.
marie:로즈마리는 백가현의 쪽에··· 여전히 고개를 두고 있었다. 너는 걸을 때마다 맥동하는 등 근육에 살아 움직였고, 그 틈을 바라봤다.
"더 이상 무섭지 않을까···."
부엌에 놓인 시체 양······ 얼마나 있을지 가령하기 어려운 미지수였다.
白佳晛:.... 무섭지 않을까 하는 것은 이 앞에 시체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당신에 대한 이야기일까? 어느 쪽이든, 처음만큼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서워할 여유가 없다고 해야할까. 혼잣말처럼 흘리듯 하는 말에는 달리 대답하지 않았고, 시체의 모습이나 살펴보았다. 이전과 같은 모습일까?
marie:물 마시기를 신경 쓰지 않았더니 잊은 모양이다. 그렇게 인간에서 멀어져갔다······ 로즈마리의 바램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는 변화.
白佳晛:... 지도 그리느라 밥은 대충 먹었을까 했는데, 야무지게 먹었나 보다.. 어쩐지 이것 저것 잘라 먹은 듯 보이는 현장의 모습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현장보존... 중요하지 않은 건가? 잠시 로즈마리 쪽을 바라보았다가, 시체를 살피기 위해 몸을 돌리며 한마디만 했다.
"식사하면서 봤을 때, 식탁 위에는 수상한 거 없던가요?"
marie:허리를 곱게 핀 채로 서있다.
"기억이 나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빙그레 웃는다. 당신은 시체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로즈마리는 그대로 미소를 유지한다.
白佳晛:낚싯줄에 목이 조여져 죽은 건가.....? 어떻게 죽었든, 아까 거실에서 본 것과는 다른 죽음이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제 팔을 슥슥 문질렀다. 괜히 스스로에게 소름이 돋는 탓이었다. 시체를 앞에 두고 이젠 제법 덤덤해졌구나 싶어서. ... 그러고 나면 다시 자연스럽게(?) 로즈마리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이동하기 전 필수 절차라도 된 것처럼... "여긴 더 볼 거 없는 거겠죠. 다음... 가까운 화장실을 보러 갈까요."
GM:오소소 돋은 소름을 떼어놓고 로즈마리의 손을 잡습니다. 허공을 가로질러서 로즈마리를 잡아본 가현의 손바닥은 차가웠나요? 따듯했나요? ···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白佳晛:따뜻하다면 따뜻하고.. 차갑다면 차가울 것이다. 비를 맞아 쫄딱 젖었던 것은 어제이지, 오늘이 아니니까.
네가 잡고 만 손바닥은 같은 도수로 섞어버렸어. 당신이 벌인 일이야. 장미는 그걸 망하지도 않구, 밖에 흐르는 빗줄기처럼······ 떨어진 비니까, 마셔봤지. 밍밍했어.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었어.
"이동할까······."
화장실 쪽을 바라본다. 장미가 승낙하였다. 자연의 순환은 아주 반가운 움직임이거든··· 가현가현.
白佳晛:왜 자꾸 뜻밖의 행동을.... 아니, 보통의 사람이랑 다르다는 것 정도는 진작 알고 있었잖아. 왜 시체에는 금방 덤덤해지면서 이런 건 그렇게 되지 못하는 거지? 달갑지 않기는 둘 다 매한가지인데. 가현은 들리지도 않을 소리로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가, 곧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스킨십.. 말도 없이 그렇게 불쑥불쑥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놀래요." 한숨은... 솔직히 나오려 했지만, 삼켰다. 당신이란 존재는 그냥 있어도 이상하지만, 가끔가끔 더 이상한 행동으로 제게 겁을 주었다. 그 이상한 행동을 보이게 만드는 트리거를 자신은 모르니까. 가능하면 불만을 내비친다든가, 빠른 속도로 말한다든가... 그런 심기를 거스를만한 건 일절 삼가는 것이다.
marie:백가현은 절로 앓는 소리를 냈다.
"아픈가요···?"
허기 어린 단순한 파악이자, 로즈마리는 뺨에서 당신을 떼어냈다. 살짝 걱정하는 성음이 피어올랐다가 금새 사라졌다.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
"로즈마리는 백가현을 헤아려본다. 네가 생각하는 스킨십, 닿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
자연스럽게 손을 잡은 네가, 떠올라서 땅이 울리듯 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린다. 당신의 거절에 무관한 태도를 보였다. 또 그 놈의 관계 없다는 눈동자··· 이다.
언뜻 무시로 보이는 오해의 재스처. 사람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백가현은 다른 의미를 볼 수 있을까? 과연 장미의 행동을 부정과 긍정, 답을 내릴까.
"장미에게 인간을 바라지 마···."
이 가시는 당신을 찌를까?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더 이상 사람임을 바란다면-"
"······ 아주 명악한 일이었어."
머리 끝이 점점 불타올랐다. 뭐, 확실히 색이 진해졌다. 어울리지도 않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착각이 일어났다.
"장미는··· 눈 앞의 작은 괴물을 흉내 내······."
白佳晛:"...!"
가현은 로즈마리의 말에 순간 작게 놀라며 걸음을 멈추고, 잡고있던 손을 내려다 보았다. 당신의 말에, 그 한숨에 되려 찔린 것이다. 내가 할 말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제 행동과 당신의 행동은 다르다고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잠시 정적을 가졌다가, 다시 입을 열 때에는 잡았던 손을 놓았다.
".. 눈 앞의 작은 괴물을 흉내낸다든가. 당신 말은 가끔 저로선 이해가 어렵지만.. 그렇네요. 확실히 불합리한 일이죠. 인간이 아닌 존재한테 인간의 상식대로 행동하길 바란다든가, 먼저 잡을 때는 언제고 불쑥불쑥 닿지 말라고 한다든가."
바로 방금까지 잡고 있었던 손이 괜히 허전해, 등 뒤로 감추듯 다른 팔의 손목을 잡고는 말을 이었다. 시선은 데구르르 굴려 저기 어디 바닥에 둔 채다.
"화를 낸다든가, 불만을 토로한다든가.. 당신에게 뭘 요구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부탁 정도.... ...."
불필요한 다툼이나,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시련을 피하려거든 언제나 이런 해설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하는 말은 또 왜인지 쑥스러워, 볼 한켠이 조금 뜨거웠다.
"당신이 싫다면 앞으로는 함부로 잡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도 앞으로는 그런 불쑥불쑥... ... 좀, 자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좀 곤란해져서 그래요."
marie:"부탁, 그렇군요, 아. 부탁······."
장미는 수북한 머리카락을 흘리며 가현을 앞서간다. 화장실의 문은 열고 "이쪽이에요···." 작게 덧붙였다.
가까스로 인지하였다. 장미가 주인에게 배운 약았던 거만함은, 이제야 백가현의 마음을 알았다며 자만했다.
섣불리, 반대로 너의 점차 붉어졌던 귀 끝도, 서서히 달아오른 볼 한 켠도 신경 쓰여서 가슴이 아렸지만 이미 상관없었다··· 물론 장미는 가현의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지켜볼 뿐이라 꽃은 모른 척 했을 뿐.
白佳晛:사람이 화장실을 쓰면 지켜야 할 에티켓이 어쩌고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그런 거 요구하는 게 불합리한 거라고 방금 말했으니까. 대신에 개운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왔다. "왕 곰팡이가 있었어요.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이겼네요... 볼 건 정말로 없었으니까, 다음 화장실로 갈까요... 큼, 기다리게 한 건 죄송해요. 너무 상태가 심각해서. 알바생 자아를 가지고는 도저히 못 본 척 할 수가 없었어요."
가현의 얼굴이 개운합니다.
해피합니다.
묶은 때가 내려간 표정이에요.
백 가 현 !
왕 곰팡이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다──────
우와아아오오오오오오!!!!!!!!!!!!!!!!!!
GM:조사가 종료되었습니다. 인간 승리를 이룬 가현은 거실로 나갈 수 있습니다.
가시겠나요?
아니면 이 싸움을 추억하며 승리를 느끼실 겁니까?
白佳晛:가야지 그럼... 더이상 버텼다가는 변비 혹은 치질의 오해를 살 것이다. 물론, 로즈마리가 그것들에 대해 지식이 있어야 말이겠지만.... (※인외무시발언이 아닙니다.)
아직 추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뭔가 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탐정은 뭔가 추리해낸 게 있는 걸까? 아니면 어딘가... 곧바로 답을 도출할 수 있을만한 뭔가가 있는데. ... 내가 멍청해서 놓쳤나? .... 그런 생각에 조금은 식은땀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눈 몇 번 도르륵 굴리고 답한다.
"음.... 아직 확신하며 말할만한 것도 없고, 뭐 어떻게 추리를 늘어놓으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범인은 꽤 힘이 센 사람인 것 같네요... 그다지 눈에 띄는 저항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낚싯줄로 사람을 한순간에 죽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제압이 유리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고요... 우발적인 살인도 아닌 것 같네요. 보통 갑작스럽게 살인을 하게 된다 하면 무기는 특정되는 것들이 몇몇 있는데, 낚싯줄은.... ... 낚시 모임도 아닌 것 같은데 뜬금없이 어디서 난 낚싯줄인지 모르겠고요. 비명소리를 못 내게 하기 위한 게 아니었을지... 싶고, 그렇다면 첫번째로 죽은 건 부엌의 시체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슬쩍 로즈마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곧 시선 피했다. 뭐 나는 원래 이런 일 하던 사람도 아니고 조수일 뿐이니까. 힘냈다. 제대로 추리하는 것은 당신의 일이다. ...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白佳晛:... 어쩐지 묘한 웃음에 섬찟함을 느낀 것은, 드문드문 머릿속을 스치고 들어오는 새벽 장미의 말 때문일 테다. 낮에 피는 꽃을 믿지 말라던 그 말을 믿는다면, 지금 눈 앞의 이 장미는 미숙한 저를 앞에 두고 거짓 추리를 진실인 양 말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새벽 장미가 썩 믿음직스러우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 대놓고 어느 한 쪽을 적대할 수는 없다는 게 다시금 속을 불편케 했다. 이래저래. 가현은 짧게 심호흡을 하곤 말했다. 이제쯤 이 혼란에도 덤덤해진 것일까. 과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계단 아래는... 시야에 안 들어와서 지나쳐버렸네요."
한쪽 눈을 가린 안대를 살짝 건드렸다.
"이 집 어디 어디에 시체가 몇 구 있었는지 같은 건 의식에 두고 있지 않고, 두고 싶지도 않아서... .. 그걸 보면 추리에 더 도움이 되겠죠. 지금이라도 보러 갈까요?"
근데 아까 말한 것들이 거짓 추리라면.... 어쩌면 살인범은 이 사람... 이 장미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뒤늦은 생각에 등 뒤로 흘리는 식은땀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목소리 만큼은 평이했다. 어쩌면 점점 평이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심상 때문에 생존본능이 힘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白佳晛:찢어진 부분이 궁금하다. 여기 침대 옆에 누워있는 이 사람-지금은 시체인 그것-도 함께 찍힌 사진이었을까. 계단 밑에 죽어있던 그 사람도? 혹시 더 많은 사람이 있었을까...? .... 당연하게도, 썩 유쾌하진 못하다. 이 사진은 코팅이 안 되어있는 건가? 보통 이런 건 잘 안 찢어지는 종이인데 누가 왜 찢었는지도 영 찝찝하고.. 하여튼 그렇다..
··················.
궤종시계가 울려댑니다.
··· 무엇도 해결되지 않은
하루의 끝인 걸까요.
당신의 방으로 돌아갑시다.
白佳晛:.... 일단.. 돌아간다. 여기서 사진 계속 보고 있는다고 뭐 다른 걸 할 수 있어지는 건 아니니까..
..........
..........
...
이번 새벽에도
깨우는 손길이 있습니다.
Rose:" ········· 가현아. "
白佳晛:..... 부스스 눈을 뜬다.
Rose:"가현가현. 낮에 무슨 일이 있었지?"
GM:물음을 여러가지 던지네요.
白佳晛:...... 다시 마주한다면 이럴 거라곤 생각했지만, 정말 골아픈 일이다.... 나에겐 둘 다 똑같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인데, 서로 자기 조수를 하라느니, 다른 꽃을 믿지 말라느니. 하....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온다. 새벽 장미의 말에는 답을 하지 말라고도 했었지. .... 나도 떠봐도 괜찮으려나? 낮의 장미와 손을 잡은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 이 새벽의 장미는 어떻게 반응할까···
어느 쪽 장미가 진실일까요,
두 송이의 꽃 중에서
마지막 당신이 쥐게 될 꽃······.
서로가 서로를 믿지 말라, 말하였다.
白佳晛:잠시 고민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만 데굴 굴리다가, 성의 없이 대답해보았다.
"이런 저런, 비일상적인 일이 있었죠. 일반인인 내가 시체를 세 구나 자세히 들여다 보다니... ...윽,"
봤던 걸 다시 구체적으로 떠올리려 하니 괜히 속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그만두었다. 이만하면 중립을 지켜 잘 말했을까? 하여튼, 대답은 하되 낮의 장미가 무얼 했는지 있는 전부를 다 고하진 않았다.
사체를 떠올린 속이 왈칵왈칵 웁니다.
Rose:말 없이 허리손을 한다.
성의없는 답변을 알아차린 밤의 꽃은,
볼이 점점 부풀어오른다.
....!! 볼에 바람을 넣어 항의한다.
Rose:"또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로즈마리는 물어봐."
"낮의 너······."
"찾아낸 단서라던지······."
멀고도 가까운 이 느낌.
눈 앞의 꽃은 당신이 알던 낮이 아닙니다.
익숙하게 길게 늘어트린 머리는,
이제야 성이 난 화염보다······
가을의 끝을 고하던
단풍잎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록, 빨강, 노랑이 섞이고···
울긋불긋하여 화려하던 잎사귀는
저물어갈 시간이 다가왔군요.
익숙한 콧날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다른 이에요, 분명.
白佳晛:낮의 장미랑 얼마나 다른 반응을 할지가 알고 싶었는데, .... 지금 볼을 부풀린... 건가...? .... 뭐지 이 다섯 살... 일곱 살배기 어린아이가 부모한테 불만이 있을 때에 할 것 같은 행동은... ... 연쇄살인마는 이런 귀여운 짓 안 하겠지. 아닌가? 하려나? 사이코패스는 모습을 곧잘 꾸며댄다고도 어디서 들었던 것 같기도.
나름대로 누구의 말을 듣는 것이 옳은가에 대하여 깊이 심사숙고하며 눈 앞의 장미를 바라보았지만, 그다지 소득은 없었다. ..그러니까, 역시 제대로 결정이 서기 전까지는 줄곧 애매하게만 답하자 결론을 내렸다.
"낮에 찾아낸 단서라면 꽤 이것저것 있죠. 지금부터 하나하나 말씀드리면 될까요."
낮의 장미가 무슨 말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장 말할 생각이 없다. 그저 발견한 단서 정도만 전달할 것이다. 말로만 전달하는 단서라 직접 조사한 거랑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과연 추리해내는 내용도 달라질까?
Rose:"······ 너에게···"
바가 와설까? 마음도 육체도 욱신거렸다. 뒤바뀜이란 실로 따라가기 힘든 거야··· 로즈마리는 왼손을 문질거리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올린다. 눈 아래 거무스름한 자국 덕에 꺼진 눈동자가 부각된다.
" '난' 믿음을 얻어야 하니까······."
"로즈마리는 신뢰를 쌓기 위해서 도움이 되고자 했어."
"이 집의 무엇이든,"
"살인 사건에 한정하지 않아도 돼···."
찾아온 것에 대하여 물었다.
조수······ 오랜만이에요.
白佳晛:-말씀드리면 될까요. ···하고 물었지만 사실은 묻는 의미가 반쯤 퇴색한 말이었다. 당연하게도 눈 앞의 당신이라면 뜸들일 것 없이 당장 나열하라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머릿속으로도 이미 그 끔찍했던 시체들과 찾은 단서들을 어떻게 하면 헛구역질 하지 않고 가장 최적으로 술술 살 설명할지 생각해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역시 사이코패스의 마음은 알기 쉬운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사이코패스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까? 믿음을 얻어야 한다든가, 신뢰를 쌓기 위해 도움이 되고자 했다든가... 그 뒤로 이어지는 말들도. 전혀 예상 밖의 것들이라 가현은 순간 바보같이 입만 벙긋거렸다.
얼마 안 있어, 가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긴, 우린 바로 지난 새벽에 봤는데도요.. 뜬금없이 인사는 왜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아까까지는 낮에 찾은 단서 같은 거나 묻다가. 신뢰 같은 건 보통 이렇게 얻는 건가요? 느닷없이 뜬금없는 소리 해서....? 생각도 못한 방법이긴 했는데, 그다지 효과가 좋은 것 같진.... 않네요. 솔직히."
Rose:동공을 좌우로 도록도록··· 굴려본다.
"로즈마리는 낮 동안의 기억은 없지···."
"말을 들고 장미는 느꼈다."
"너··· 낮의 장미와 안면이 잘 텄구나."
··· 나와 시간 감각이 다르다. 해가 뜰 적에 뒤로 머리를 묶은 백가현이 바로 가까이서 같은 몸의 다른 장미를 바라보는 것을 상상하여서···.
"··· 여전해."
의미심장한 말을 건낸다.
"기억 못하는 것도, 매마른 말을 던지는 것도···"
"장미는 무엇도 느낄 자신이 없어서."
"─── 그래서 마음을 쓰지 않아."
"상관 없었지···."
··· 네가 무어라 하든 말이야. 로즈마리는 백가현의 악담에 별 타격 없이, 지금 인상을 썼다고 자기 이마에 손을 짚어 알려주다가 헝클어진 앞머리를 왼손으로 정리하였다.
"새벽의 장미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가현가현의 신변의 손해가 올 테지요······."
깍지를 끼고 정중히 배 아래로 내린다.
"이제 그만할까요? 모든 것을──────"
새벽에 묻는 단서도, 자연스럽게 건네던 낯간지러운 인사도.
白佳晛: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앞의 존재가 하는 말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가현의 눈썹은 절로 더 가라앉아서, 지금 네가 인상을 쓰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행동에도 다시 원상복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전히 가라앉은, 찌푸려진 미간으로 말했다.
"그만 한다니 뭐를.. 말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제 신변에 손해가 온다는 건 협박인가요. 당신을 믿어야만 한다는....?"
당장 가장 큰 손해가 어떤 것일지. 그리고 그만 한다는 것. 그 끝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자면.. 이번에는 또, 미간과 함께 주먹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현은 긴장한 것만 같은 목소리로, 겨우 손에 힘을 풀어내며 덧붙였다.
"뭔진 몰라도 그.. 저, 딱히 당신을 신뢰하고 있지도 않지만 또 다른 당신을 신뢰하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 무슨 위험한 생각이라도 하고 계신다면, .. 좀 멈춰주시겠어요...? 당신에게 신뢰를 갖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으니까. 일단 좀 천천히... 있어보면, 혹시 모르죠 신뢰가 생길지도...."
분명 식은땀 나는 상황이었지만, 너무 긴장한 탓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이 저택에 와서 초반 몇 번 보였던 그 간사한 웃음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쏟아지는 폭우에 맞춰서
감정이 드러납니다.
Rose:"아···."
"협박일 리가······"
"없지 않을까요···?"
웃음기 지녔던 낮의 꽃과 달리 건조한 말씨가 네게 뱉어진다. 인색부터 바싹 말라보이나 뜻과 다르게, 이후 속마음이 살짝 터져나온 듯 싶다.
"아. 그렇지만···"
"저보다 낮 쪽과 더 가까운 게-"
자신을 '저'로 지칭했다가 깜짝 놀라 급하게 입을 가렸다. 언제적 버릇인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어린 주인의 모습이 선명할 지언정······ 사라질 까닭은 없으니까.
멈춰달라는 당신을 보았고 장미는 힘 없는 발을 움직인다. ······ 신뢰가 생길 수 있도록 조급하지 않게 있자고- 그건 함께 하자는 말일까? 정처 없이 방바닥을 떠돌던 장미가 걸음을 멈춘다. ──── 침대에 걸터앉는다.
"남의 마음을 따는 법 따위······"
"장미는 터득할 일이 없어서."
본래 네가 잠이 들 장소였다.
"··· 가현가현."
"··· 있잖아요. 밤은 꿈을 꾸고,"
"져야하는 시간이니까······."
"나에게 시간은 없어···."
침대 상판대에 등을 기대고 기다리며 가현을 위해 이불을 두드린다.
"자야할 시간이야."
"가현에게 있는 내일을 위해······."
白佳晛:"모르죠... 협박 아닌 협박일수도. 적어도 제게 위협이 되는 말은 맞았으니까. .."
당신의 말은 조금의 웃음기도 서리지 않아 꼭 버석버석한 그것과 닮아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하기는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낮의 장미가 깨어있을 때에는 매순간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했다면, 지금은 무의식중에도 꼬박꼬박 말대꾸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니까.
가현은 잠시 말없이 눈 앞의 존재를 물끄럼 보았다. 대하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이쪽의 손을 잡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역시 마음 가까워지는 건 편한 것 만한 게 없는 것일까? 낮의 장미였다면 벌써 식겁할 만한 짓을 몇 번이고 했을 것 같은 마당에, 눈 앞의 존재는 제 적수를 어지간히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
잠시 믿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사그라들었다. 이만치 차분한 건 공격성이 없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우발적으로 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니까. 가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신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겠다 싶어.
침대에 걸터앉은 당신을 보며 말했다. 이제쯤 미간은 풀려있었다.
"당신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요. 원래 인간은 하루이틀 정도 밤 새운다고 안 죽거든요. 그러니까.... ... 지금 제 생사는 잠을 자고 안 자고 보다는 믿을 사람을 잘 고르는 데에 달려있는 것 같으니까, 그냥 밤을 새 보면 어때요? 그럼 시간이 있잖아요. 당신에게도. ..제게 있을 내일을 위해줄 필요 없어요. 저는 원래도 일이 겹치면 하루이틀 정도는 밤을 새기도 했고. 괜찮으니까요."
······.
···
Rose:아, 올라올 일이 없겠구나. 네가 잠들지 않길 바란다면 몸을 누일 가구는 소용 없다······ 백가현 이마에 죽 나있던 짜증이 순간 사라지고 편안해 보였다. 장미는 등에 닿은 나무 상판대가 차갑고 딱딱해서 힘을 풀어버렸다. 몸이 이상하다. 그래서 어린아이처렴 고개를 올려서 백가현을 쳐다본다. 장미는 툭 벌어진 입술을 닫고
······ 땅을 디딘다. 침대에서 일어서기 위해서. 우리의 밤은 끝나지 않았나. 다만 부드럽고 질 좋은 매트리스가 발을 붙잡아서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풀썩── 깃털 날리는 소리가 잠시 들린 뒤, 침낭과 베개를 뒤집어쓴 장미가 몸을 구부러트려서 자리에 얼굴을 들이올려 말한다. 네가 위에 있다. 구름이 끼어서 흐려진 달빛에 괴물의 눈망울이 짐승 같다.
"흐음······."
상대를 꿰뚫듯 바라본다.
"로즈마리는 물었지. 2층은 봤어···?"
"원해?"
"올라, 가겠어?"
머리는 멈출 수 없이 마구 문대졌다. 완벽한 각도를 맞춰서 접힌 레이스조차 이리저리 풀어져 몸가짐이 말이 아니다. 주머니에선 어디서 나온 사진인지 몰라도 절반 찢긴 사진도 굴러나왔다.
"조수에게 보여줄게······. "
한밤의 일이었다.
白佳晛:"...!"
일어나는가 싶어서 보고 있었는데, 별안간 고꾸라져버리는 모습에 꽤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뭐 잡아주는 것도 아니고, 두 손의 위치가 그렇게 어정쩡할 수가 없었다. 짧은 침묵. 어쩌면 헛기침을 한 번 했을지도 모르겠다.
"... 안 봤죠. 원하고 자시고, 올라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기껏 밤까지 새고 보내는 시간인데, 하는 일 없이 눈만 맞추고 있기보단 조사 정도는 해야...."
라고 말해도 가능하면 시체라든가.. 그런 건 더는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말이다. 세상 사는 거 뜻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니. 가현은 언제나 그런 쪽의 체념이 빨랐다.
"보여준다는 건, 그 사진을요..?"
자연스럽게 절반 찢긴 사진을 보았다. 이건 혹시, 아까 침실에서 보았던 그 찢긴 사진의 잃은 부분일까?
2층을 보여주겠단 본인의 말과···· 장미는 넘어지면서 흘린 물건을 의식한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처럼 떨어진 사진을 주워본다. 이 사진을 네가,
무언가 물으려고 했다가도, 이내 곧 다물었다. 지금에 와서 느끼기론 둘이 완전 다른 존재더라도, 몸은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당신이 왜 그 사진에 찍혀있냐든가, 왜 그걸 갖고있냐든가, 아는 사람들이었냐든가.... 가현이 생각하기로, 뭘 물어 추궁하든 유의미한 일은 되지 않을 터였다. ....아니, 아닌가...? 가현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 .. 당신은 이 사람들을 알아요. 당신이든, 또 다른 당신이든. 당신이 보기에도 그래 보이죠?"
가현은 사진 속 당신을 응시하며 물었다.
Rose:"··· 좋은 사람들이야."
"장미가 도움을 구할 수 있었던······."
머리를 덮은 이불을 한참 쥐더니 창 밖을 바라본다.
"이곳에는 나의 주인을 부르지 않았어. 그 결과, 원망하는 그 자만이 살아남았다지······."
"장미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어떠니?"
"여전히 내가, 무서워······?"
"휼륭한 질문이었어······."
조수.
"음, 그래. 그렇게 할까······ 방금 건, 내 이야기가 아니야. 어디서 들은 것뿐인··· 하찮은 이야기."
"그러니까, 더는 내게 걸릴 것 없는 이야기······ 로즈마리는 정리하였지."
툭, 이불을 내리자 어깨로 떨어진다.
白佳晛:가현은 여전히 사진을 응시한 채로 당신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꾹 감은 채 미간을 짚으며 입을 열었다.
"조금 헷갈리는데... 그러니까 실재하는 이야기라는 거죠? 그렇게 정리하는 건 그저 당신이 그러고 싶을 뿐인 거고. 저는 퍼즐을 끼워 맞춰야 하는 입장이니까. 당신이 하는 말 뉘앙스 하나하나도 대충 들을 수가 없거든요....."
미간을 짚던 손을 내리면, 이제 사진 대신 같은 차원을 밟고 서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주인을 부르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되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요, 하여튼.... 살아남았다는 그 원망하는 자가, 낮의 당신인 건가요?"
무섭냐 묻는 말에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으나, 바라보는 눈빛엔 이렇다할 공포심은 보이지 않았다.
Rose:"············."
장미도 대답하지 않는다. 로즈마리가 개인적으로 원망하는 자는 이 사태와 연관되진 않아보인다.
"나의 주인에게··· 내가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없어서. 극진히 개인적인 이유로 부르지 않았던 것 뿐······"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로즈마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꼴이 엉망이었다. 서둘리 어깨에 두른 숄이 볼을 스치고───── 걸어간다. 불이 꺼진 거실로 나가더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 시체 앞에 서본다. 객실에 있는 너를 향해서 목소리를 낸다. 간신히 들릴 정도로··· 음정 변화 없는 말투.
"다락방은 이쪽이야."
白佳晛:대체 누가 살아남았다는 거야.... 가현은 대답하지 않는 당신을 보며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당장엔 추궁하지 말기로 하였다. 2층에는 지금까지 못 봤던 단서가 분명히 더 나올 테니까. 밤까지 새면서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을 터였다. 다락방은 이쪽이라고 하는 말에 고개 한 번 끄덕이고 따라 걸음을 옮겼다.
白佳晛:범인에 대해서는 당신 아니면 또다른 당신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던지 오래다. 하지만... 그걸 지금 이렇게 언급을 들을 줄은.... 왜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대뜸 어느 꽃을 쥐어볼지 결정을 내리라는 말에 가현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냥 바로 손 만지라고 내줄 걸 그랬나.. 하는. 별 쓸 데도 없고 이제와서는 늦기까지 한 생각을 하기도 했을까.
"아직 조금은 더 생각해보고 싶었는데..... .. 쥐어본다는 것은 믿어본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 아마? "
혼잣말처럼 뱉은 말. 시선은 바닥 어딘가를 나뒹굴다가... 곧 당신에게로 향했다.
"... 당신을 믿어볼게요. 방금 당신이 뭘 알려줘서 그런 건 아니고요... ... 아까부터 기억은 되짚어보고 있었는데,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을 믿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로즈마리가 서서히 웃습니다.
답지 않은 미소였어요.
────── 당신이 살아야하는 이유를,
기억하는가?
죽는 건 무서우니까.
그렇게 쉽게 죽어버려도 될 목숨은 아니니까.
······ 그렇다면
타인의 생명은?
Rose:의자에 앉아 턱을 괸다.
"밤은 아직 이르니까······"
"······ 아직 뜨지 않은 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조수."
낮의 로즈마리, 낮의 탐정에 관하여────
白佳晛:.... 아.
"그렇네요.."
이제 당신을 믿는 데에 걸어보기로 했다면, 낮의 그 존재에 관한 말을 아낄 것이 없다. 가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뭐.. 어떤 걸 말해주면 될까요? 믿지 말라고 해서 지켜보긴 했는데, 대놓고 수상한 짓 같은 건 안 했던 것 같아서.."
애초에 그랬다면 이렇게 시간 들일 것도 없이 바로 당신을 믿었겠지만.
······ 이제부터 당신은,
낮의 로즈마리에게 의문이 생긴다면,
오늘의 밤으로 다시 돌아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밤이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 믿음은 변할 수 있는 것.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누가 '범인'인지에 대해서 바꿀 수 있습니다.
······ ······.
다시 낮입니다.
오늘은 탐정이 찾아와서
귀찮게 굴지도 않네요.
다른 찾아볼 것이 있다며
서재에 콕 박혀 있어서,
당신의 활동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白佳晛:..... 갑자기 무슨 찾아볼 것이 있다는 거지...? 활동에 제약이 없다고 해서 막 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럴 장소도 아니고... 시체는 다시 본다고 뭐 새로운 것이 나오지도 않을 것인데. 가현은 한동안 멍을 때리듯 가만히 앉아있다가, 별안간 자리에서 슬.... 일어났다. 계속해서 말을 시키지도, 다른 일을 시키지도 않으니 자기에 최적인 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벽 장미와 손을 잡기로 한 이상 낮의 장미가 혼자 무얼 하는지는 꼭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은 탓이다. 가현은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여 서재 쪽으로 향..........
白佳晛:..... 저번에 제가 읽었던 책도 여기 포함되어있을까. 그런 시시한 생각이 잠깐 스쳤을지도 모르겠다. 책들을 가볍게 훑다가, 아무튼 이건 찾던 게 아니라는 생각에 시선을 거둔 가현은 곧 이 방 안 부자연스러운 냄새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했고, 곧바로 그것에 집중했다.
白佳晛:.... 저번에 이곳에서 몇몇 책을 둘러보다가, 무슨 저주인가 뭔가 하는 주문을 발견했었다. 아마 더 살펴보면 다른 주문도 많을 테지. 자신의 약점 같은 것이라도 제거한 것일까? 클라우트, 혹은 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느닷없이 책의 특정 페이지만 태운다는 행위에 다른 목적이 있다면 또 무슨 목적이 있을까. 골똘히 생각해보며 남아있는 찌꺼기를, 찢어진 단면을 본다.
약점.
약점이 없는 존재란
······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목적을 골똘히 생각하며
살펴본 책의 페이지.
찢어진 부분의 앞에는
정신 이전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白佳晛:"....... 정신 이전....?"
거의 찢겨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네 글자 만으로도 꺼림칙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잠시 떨떠름한 얼굴로 그것을 내려다 보던 가현은, 이내 고개를 돌려 책장 쪽으로 향했다. 아무튼 이걸 계속 본다고 사라져버린 내용을 알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니까.
白佳晛:".. 은색 병을 아직도 찾지 못했어. 책상도 꼼꼼히 본다고 본 건데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혹시 어쩌면... 영화나 책 속에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그런 장치가, 정말로 마련되어있는 게 아닐까. 저번에도 이곳에서 그런 비밀 공간에 대해 생각하긴 했었을 텐데. 뭔 정신 혼미해지는 책들만 이것저것 꺼내 보고는 어서 나오라는 듯한 닦달(아닐지도 그저 기분탓이었을지도)에 방 밖으로 끄집어내졌다. 이번에야말로 이 책장을 제대로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 하에, 가현은 손이 가는 대로 책장을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내심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팔자를 그리는 눈썹을 하곤, 가현은 잠시 그 액체를 바라보았다. 계속 찾고자 했던 것이라 그런지, 괜히 그 은빛이 더 영롱해 보이더라.
"... 이게 있으면 내가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 ... 이걸.. 근데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는 거지...?"
가현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금 골똘한 생각에 빠졌다. 당연하게도 이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집에 갈 수는 없을 것이었고, 그냥 이렇게 끝날 수 있는 거라면 애당초 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로즈마리든 클라우트든 제게 조수를 하라느니 반대편을 믿지 말라느니 했던 것은... 어쩌면 둘은 못하는, 제 3자인 나만이 해결해줘야 하는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가령, 아까 보았던 악의 씨앗인가 뭔가.. 그래. 그것을 제거한다든가... ... 근데 이 액체는 어떻게 사용되는 물질이지?
..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간 가현은, 이내 이러고 있는 것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보가 필요한 것이라면 이곳의 책장을 더 뒤지거나, 새벽 장미 클라우트에게 묻거나. 혼자 생각하기보단 둘 중 하나 하는 것이 맞았고... 당장엔 이것을 챙겨서 어디로 잘 옮겨둔다거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들어서 어디로 옮길 수 있을까? 생각보다 질량이 엄청나다거나....."
白佳晛:가현은 상자를 슬쩍 들어보았다.
빛을 반사하는 은빛 액체.
가현은 상자를 듭니다.
어디에 놓을까요?
모든 조사가 끝났습니다.
기막힌 공간이 숨겨진 서재였습니다.
白佳晛:.... 숨길만한 곳...이 어디에 있지. 냉장고 안쪽...? 아니면.. 등잔 밑이 어둡다고, 로즈마리가 들어가있는 그 방 문 바로 옆 아래에다 둘까? 아니야 그건 아무래도 도박이지... ... 로즈마리... 같은 존재도 볼일을 볼까? 화장..실... 변기 안에 벽돌 넣어두듯 이걸 넣어둔다면.... 어쩌면 못 찾을지도 모르겠는데.... ...
"... ..... 한소리 듣는 거 아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가현은 슬금슬금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한다. 당장 생각나기로 최적의 숨길 곳은 그곳밖에 더 없었다. ... 상자 사이즈 때문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건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겠지만.....
白佳晛:순간 너무 놀래서 들고있던 상자를. 제 빛과 소금을 떨궈 모든 것을 망칠 뻔했다. 물론 지금, 모든 것 까진 아니지만 한 99% 정도는 망한 것 같지만. 당황에 덜컥 찾아온 공포심까지 겹쳐 냅다 습관처럼 웃어버리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는, 가현은 가능한 태연하게 답했다.
"까, 깜짝아... 왜 사람이. 아니 사람이 아니시지만... 왜 이렇게 인기척이 없어요..? 놀래라...."
상자를 든 손에 땀이 차는듯해, 자연스러운듯 부자연스러운듯 애매하게 상자를 고쳐 잡았다.
"이거.. 심심해서 안에서 책이라도 보려다가 이러쿵저러쿵... 발견했어요. 뭐냐고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잘 됐네요."
하나도 잘 안 됐지만.
"이거 뭔가요? 수은..? 은 아닌 것 같은데. ... ..."
최대한 자연스러운척하고 있는데. 이게 자연스러워 보일지 부자연스러워 보일지는.... 로즈마리의 시선에 달려있을 것이다.
로즈마리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있는지도 몰랐다는 얼굴로,
marie:"수은?······."
손가락을 올려서 상자를 두드렸다.
"하나를 주겠어? 로즈마리는 연구를 할 셈이야."
미지의 액체에 관심을 가진다.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했다.
낮의 탐정에게는
당신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기엔
눈 앞의 새로운 물체가
매우 거슬렸다.
白佳晛:가현은 로즈마리를 가만 보았다. 다행히 부자연스러움을 들키진 않은 모양이었지만, .... 진짜로 이 상자, 이 액체에 대해 모르는 건가? 처음 보는 거야? 그럼 클라우트가 이걸 그 장소에 숨겨두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척을 했다고? ....
"...."
젠장... 누구 편에 서 있어야 할지. 이제 겨우 좀 알 것 같았는데. 또 하나도 모르게 되었다. 가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뜨며 로즈마리에게 상자를 건넸다. 모르겠다 나는 그냥.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 잠을 못 잤더니 눈이 다 뻑뻑하네요.. 근데요, 이거 하나가 아마 전부?일 거예요. 지금까지 다른 곳 둘러보면서 비슷한 건 하나도 못 봤거든요. 이거 찾으면서 다른 것도 같이 찾았는데 보실래요? 분명 그것도 신기할 거예요."
로즈마리는 상자를 받아듭니다.
그리고 서재에 들어가더니
어딘가에 두고 나옵니다.
marie:"지금은 늦었어······."
"연구를 하기에는······"
비가 오는 밖을 바라보다가
······ 살짝 웃습니다.
바이자셴: "..?"
marie:"상관 없으려나······."
로즈마리의 시선이 백가현에게 고인다.
은색 액체가 무엇이든,
별달리 타격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marie:아무렇지 않게 보다가
제게 상자를 뒤어준 당신을,
잘 따르는 강아지 마냥 바라봅니다.
marie:"아무래도 상관 없어졌어······."
밤이 곧 오는 낮에도 여전히 비가 떨어집니다.
marie:"생명을 쉽게 믿지는 마······."
생명은 욕심으로 선행을 베풀고 악의를 행하니······.
한숨을 툭 뱉고 머리를 후- 불었다.
marie:"밤의 꽃과 무슨 대화를 한 걸까."
"로즈마리는 역시, 알 수 없었다."
"발견된 시체··· 주인을 밀어낸 외로운 것은 시체가 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어······."
"······가족이나 다름 없었지. "
이 마음을 알고 있니? 조수.
죽음에 빠진 사람은 전부,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니까.
로즈마리가 속에 있는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marie:"나를 위해 자료를 모아줬는데··· 그 녀석에게 들킨 거겠지? 로즈마리가 사건을 재구성했어."
白佳晛:낮의 장미가 했던 말과 행동이 거슬려 잠을 제대로 잤는지 못 잤는지도 모르겠다. 몇몇 감정들은 일단 자고 일어나면 정리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불안과 찝찝함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속이 영 편하지를 못해, 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찾았는데, 못 찾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대체 누가 나를 속이는지 모르겠어서. 짜증스러움을 삼키듯 눈을 꾹 한 번 감으며 말을 잇는다.
"같은 장소에 두는 건 좋지 못할 것 같아서. ... 장소를 옮겨두려다가 걸렸어요. 그랬더니 다시 들고 들어가던데요. 아마 또 다른 곳에 숨겨두거나... 뭐, 어디 잘 모셔뒀겠죠."
Rose:째깍째각··· 시계초침이 알뜰하게 시간을 챙겨간다. 한숨을 쉬는 가현을 물끄러미 봤다. 아아, 저건 어떤 표정일까······ 장미는 가시덤불에 쌓인 특유의 차분함으로 손을 꽉 몹고 기다려본다. 백가현은 잠에서 비송사몽 일어나서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긁을 것 같았다.
────── 장미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맹숭맹숭한 답변을 하겠니와 이번만큼은 달랐다. 백가현의 기상에 따라서 몸에 익은 거리를 벌리고 시종처럼 멀리 위치해있던 로즈마리는 단호했다.
"······ 이럴 수 없어."
"안돼."
"안돼······."
밤의 장미에서 보이지 않았던 기세가 낮의 장미를 떠올리게 만든다. 무게가 실린 굽이 지면을 쿵쿵 박차고 급하게 뛰어와서 이불에 눌린 손자국이 생겼다.
"··· 그건 네 생명줄이야. 가현가현."
"되찾아야만 해······.
백가현이 오랜만에 되찾은
침대 매트리스의 부드러운 감촉.
그 위에는 장미의 손자국이 남아있다.
화를 참는지 로즈마리의 주먹이
침대보를 누르고 부들거리며 떨린다.
白佳晛:그 중요한 걸 찾았다가 바로 잃어버렸다니, 제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어느정도의 비난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 지금 화내는 건가? 나한테..? 왜? 내가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아마도 유일한 수단. 당신 말을 빌리자면, 그래 생명줄. .. 내가 내 생명줄을 스스로 잃었으니 그건 확실히 우습고 딱한 일이지만, 그래도 당신이 이런 반응을 할 것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잠들기 전부터 속을 불편케 해오던 것이 조금 더 몸집을 불렸다.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고도 제 딴에 억울하기라도 한 건지, 이 가까운 거리에서 이만치 화내고 있는 '어떤 존재'를 앞에 두고도 막 무서워 졸도해버리고 싶다든가 하는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현은 큰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분명히 화를 냈다.
"그게 제 생명줄인 건 당신이 그렇게 되짚어주지 않아도 잘 알아요. 나도 나대로 지금 상황을 아주 끔찍하게 생각한다고요. 아니, 굳이 말하자면 지금 상황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니지만..."
하아, 한숨 한 번에 눈 앞의 장미를 치우듯 밀며 말했다.
"쓸데없는 데에 기운 빼지 마세요. 기운 빼게 하지도 마시고.. 이럴 시간에 빨리 그거나 다시 찾아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사위: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se:"로즈마리가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미는 위치를 알 수 없······."
퍽- 로즈마리에게 백가현의 힘이 가해졌다. 밀리는 속도에 따라서 몸이 휘청거린다. 무릎이 무너지고 순식간에 장미는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챙-하니 부딪힐 찰나 백가현을 잡는다. 몇 날 며칠이나 입었는지 모를 옷가지를 잡고 같이 넘어트렸다.
──── 우당탕탕! 장미는 더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 소란에도 눈 깜빡 하지 않고 멍하니 천장을 본다. 로즈마리가 엉덩방아를 찧고 바닥에는 힘없이 드러누웠다. 몸은 인간과 비슷해서.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싹 마른 입을 뗀다.
"액체의 위치는···"
"지금 너만 알아."
"······ ··· ···."
"··· 로즈마리는 전달을 했다."
장미는 너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가현을 바라본다. 어쩌면 올려다봤을 수도, 내려다보았을 수도, 위, 아래, 좌우··· 가정은 다양했다. 백가현의 선택을 자기 쪽으로 흐르게 할 모양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함께 엎어집니다.
여전히 땅바닥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귀를 울린다.
Rose:"장미를 이렇게 밀치다니······."
"무슨 짓을 할 생각일까나··· 가현가현···."
자기.. 자기 몸을 손으로 감싼다...
···그런 생각이었어?
白佳晛: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어떤 표정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가현은 장미를 밀었지만, 눈 앞에서 치울 생각 정도였지 절대 이렇게 자빠뜨리려는 생각은 없었다. 말은 어떻게 화를 잘 참아냈대도, 힘조절은 그렇지 못했던 걸까...? 사과를 하려고 하면 그것 또한 하기 애매해졌다. 뒤로 넘어가는 장미가, 기어코 혼자만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 이, 이게 대체 무슨....!"
일단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1초도 채 이어가지 못하고 장미와 함께 넘어진 가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원래도 그리 아름답고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거 정말 불미스러워졌다. 지금 자세는 그러니까.... 벽..치기? 근데 이제 짚고 있는 곳이 벽이 아닌 바닥인.... ...
그러잖아도 불미스러운 상황을 더욱 불미스럽게 만들려는 작정인지, 돌연 제 몸을 감싸는 장미의 행동에 가현은 펄쩍 뛰어오르듯 장미와 거리를 벌려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로 몸을 감싸고(;;) 빽 소리지르듯 말했다.
"무, 무슨 짓도 할 생각 없었거든요!! 미쳤어요??? 아니 그거 좀 살짝 밀었다고 왜 넘어지는데?? 일부러 넘어진 거잖아요? 참 나... 무슨, 무슨 짓이에요??!? 당신이야 말로 무슨 짓을 하려고....!" 나, 나는 전혀.. 무슨 짓은 무슨 평범하게 연애도 못 해봤다고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개로 치한 취급을 받아버리니 원래도 억울했던 심정이 더욱 격해졌는지, 굳이 필요 없을 말까지 해버리는 가현이었다.....
백가현은 폴짝 침대 위로 올라가서 이불로 몸을 감싼다.
바닥에 누운 로즈마리,
침대에 올라탄 백가현
여전히 정막이 내려앉은 오두막
비가 내리치는 밖
정열적인 밤입니다.
여러 의미로 심♡쿵♡한
근접한 거리에서 다시금 우리는 멀어지게 되었네요.
Rose:"가현가현······."
"얼굴이···"
"홍당무야······."
로즈마리는 고개를 들고 침대로 뛰어가는 백가현을 구경합니다. 워낙 변화가 없는 상판이라 크게 째진 눈동자를 꿈뻑거리며 이불을 가리킵니다.
"평범한 연애는··· 무엇일까···?"
"으, 응- 로즈마리는 물었어."
"······ 경험이 많아보여?"
보이는 상황대로 장난을 쳤을 뿐인데 기겁을 하는 백가현을 보고···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장미가 뻔뻔하게 건낸다.
"무슨··· 짓을 하려했다니······"
"백가현이 장미를 밀어서···"
빠르게 굴러가는 눈이 잠깐 백가현 본다.
"······ 로즈마리는 너를 큥♡하고 잡았지···."
白佳晛:얼굴이 홍당무라며 구경하듯 바라보는 시선에, 가현은 곧 그 열기가 전신으로 퍼질 것만 같음을 느꼈다. 끙 앓는 소릴 내며 한 손으로 얼굴을 덮듯이 가리곤, 중얼거리듯 말했다.
"경험이 많아 보이냐니..... 당연히 아니지.... 당신이 어떻게 하겠어요...? 경험이 많고 적고에 대해서도 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평범한 연애 같은 거 나한테 물어도 모른다고요...."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그저 혼잣말인지는 애매했지만, 가현은 얼굴 가린 손 너머로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이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제대로 말하자면... 웃은 게 아니라 웃음이 난 것에 가깝겠다. 다만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닌 게, 나름 유쾌함을 느꼈다. 누굴 믿냐에 제 생사가 걸려 갈팡질팡하며 온갖 스트레스에 절어있는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느낄 수가 있긴 하구나? 어처구니를 상실한 다음엔 기묘함이 뒤를 따랐다.
가현은 지금 상황을 아주 끔찍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굳이 지금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니고, 사실상 가현의 삶은 어렸던 날의 언젠가를 기점으로 매일이 그러했다. 마땅히 하고 싶은 일도, 해야만 하는 일도 없이 그저 살아있기에, 쉬이 죽어버릴 수 없는 목숨이기에 살아가는 나날은 숨만 겨우 쉴 정도로 버석버석해 웃을 틈 따위 자본의 채찍질이 아니라면 주어지지도 않았었는데. 왜 이곳에서는 계속 웃게 되는 거지? ...
잠깐 생각에 빠지려던 가현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큥하고 잡은 건 또 뭔데요.... 이제 헛소리는 그만해요. 서둘러 그 액체나 다시 찾자고요.."
얼굴을 가렸던 손은 이제 거뒀고, 그대로 넘어져있는 당신에게 내밀었다. 여전히 조금 붉은 기가 남아있는 얼굴이었을 테지만, 가현은 모르는 척 시선을 데굴 굴리며 이어 말했다.
"... 넘어뜨린 건 미안해요. 의도는 아니었어요."
Rose:열여덞의 소녀라면 습기 찬 주먹 꽉 쥐고 앳된 가슴을 콩콩 태웠을 사건이 유머러스하게 발생하였다. 로즈마리는 초가집 한 채를 다 태울 정도의 여유가 잔존한다. 장미는 영혼이 이승에 묶여있지 않은 걸까 갖가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너머를 바라보는 남을 꿰뚫는 습관이 지금 여기 있다. 빨갛게 물들어서 반절이나 덮어버린 가현이다. 자기 앞머리가 길기 때문에 표정을 알아보기도 난이도가 광장하였으나,
"··· 평범한 연애 같은 거···."
개미소리 가까운 작은 목소리를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삐딱한 청년은 웃음이 났다. 열기가 푹푹 쪄오른 백가현이가 웃고 있었다. 어초구니 없는 일이 연거푸 일어나자 로즈마리는 낙동갈 오리알처럼 멀뚱히 서있다. 아주 끔찍한 일이야. 네가 오래도록 쉬이 놓을 수 없던 명줄이지. 이제서야 살아낼 까닭이 되어가고 있어.
추리 소설에는 기나긴 도입부가 필요해. 거기선 넌 무엇을 할 수가 있지? 어떤 인물이 될 거야? 흐릿한 잔상을 지닌 탐정이 장미의 모습으로 말을 남기고 간 착각이 들었다.
"액체의 위치를···"
"알려줘······."
가현의 손바닥의 정중앙을 로즈마리의 손가락으로 눌렀다. 본인이 선뜻 잡는 일은 가까웠지만, 남이 손 내미는 일은 멀다. 장미가 고양이 장난을 친다. 가현의 뺨에 남은 선홍빛 기운··· 살짝 홍조가 올라와 볼에 마구 빗금이 쳐진 로즈마리의 낯빛···.
왼팔이 장미의 앉은 다리를 얼기설기 높이 모은다.
白佳晛:"... 알려줘야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거예요?"
그저 장난일 뿐이겠지만, 가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장난이라는 것에 그리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던 탓일 것이다. 가현은 제 손바닥 정중앙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보기나 하는 로즈마리의 모습을 짧게 바라만 보다가, 곧 일어나라는 듯 그 손을 잡아 위로 당겼다.
".. 위치 안내... 할 건데. 근데 그게 또 같은 자리에 있을 거라고 장담은 못해요."
Rose:사과를 하는 이유에 대해 장미는 의문을 제기한다.
"··· 떠난 적은 없어. 로즈마리는 가현가현의 마음을······ 받아드려······."
사과는 결국 본인이 마음이 편하고자··· 용서는 인간들만 가진 욕심이다. 그래서··· 장미는 아직 용서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떠나보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백가현의 발치에 앉은 검은 정수리가 당신의 힘에 끌어올라졌다. 처음으로 눈을 보였다. 길고 가느다란 맑은 분홍색 홍채. 그 유리알을 톡 굴려서 가현의 이마부터 아래로 흘러내린 꽁지머리까지 시선이 떨어진다.
"걱정 마. 낮은 밤의 영향을 받고 있을 테니까······."
행동반경을 최소한으로 예상할 수 있다. 네가 안내를 해주면 믿어주는 건 장미의 몫이잖아···.
어디로 향하나요?
白佳晛:떠난 적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지. 화난 적이 없다는 걸까? 가현은 종종 장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중요한 말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역시 이번에도 그저 넘어갔지만. 가현은 서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서재에 비밀 공간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은색 액체는 그 안에서 발견했었는데, 밤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아마 다른 곳으로 옮겨 숨겼대도 서재 안에 있을 확률이 높겠죠."
'.. 아니면 거실이거나.' 짧게 낮의 장미를 떠올린 가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두 사람은
두 생명은,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길을 찾고 있을 뿐.
가야 할 방향조차 몰라서
유의무의한 인생에
굵은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비를 가려줄 천막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양입니까?
재질은 또 어떱니까?
당신이 그 아래에서 비를 피한다면
이미 젖어버린 몸은
언젠가 마를까요?
白佳晛:가현에게 비를 가려줄 천막이 있다면, 그건 그가 살면서 가장 숱하게 봐왔고 상상하기 쉬울 콘크리트 구조물일 것이다. 그 아래에서 비를 피한다면 이미 젖은 몸은 언젠가 마르겠으나, 따뜻하고 건조한 실내가 아닌 만큼 옅게라도 구린내가 날 것이고. .. 적어도 비가 그치고 쨍쨍한 해가 뜨지 않는다면 말이다.
석고가루가 떨어지는 콘크리트
그 아래에 서있다간
몸에 새하얗게 뒤덮일 것입니다.
기침이 나오고,
그것으로 털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구린내 나는 내 모습.
그 또한 언젠가 사랑하겠지.
한번 피어날 인생···
쨍쨍한 해가 뜬 다면······
산장의 밖에는 거센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Rose:"응."
짧게 답한다. 세월을 담아 백가현을 읽어낸 것일까.
"적어도 너에게 화내지 않았어···."
"그건······ 오해야."
비밀 공간, 이라는 말에 눈이 커진다. 아, 다들 노력했구나. 살아있던 모습이 보고 싶구나. 발치에 누워서 긴 겨울잠에 빠진 내 사람들··· 봄은 오지 않아.
적어도 다른 병 하나는 낮의 장미가 잘 가지고 있겠지. 그럼 그나마 안심해도 되는 부분일까? 아니,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면... 절대 안심 못 할 부분일지도. 근데 이제와서 어떡하게? 생각보다 끝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도.. 당장 뭐 어째야 할지도 모르겠는 걸. 일단 더 지켜볼 시간이 있기를 바라야겠지.
짧은 순간의 생각을 마친 가현은 내면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달래듯 작게 심호흡하고, 장미에게 병 하나를 주었다.
병을 내밀자
작게 흔들어보곤
다시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Rose:달이 가려진 어두운 밤에 달맞이꽃을 떠오르게 하는 장미가,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세모나게 접히고 웃는다. 부스스.
눈 앞 장미의 불안과 웃음이 공존하는 얼굴을 보니 새삼 선택의 기로가 당장 바로 앞에, 당장 그의 눈코앞에 들이닥쳤다는 것이 실감되었지만... 이상하게 심장의 박동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 언제나 겁이 많았거늘, 사실은 겁이 많다는 성질보다 혼자인 것이 더 문제였을까. 어쩌면 가현은, 이 순간 저 혼자만 볼안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변변치 못하지. 불행해지는 것은 싫지만 남도 똑같이 불행해진다면 아무 상관 없고, 제가 불안한 것은 극도로 불안하게 느끼지만 남도 함께 불안하다면 그것으로 제 불안을 상쇄시킬 수 있게 되는 가현은 죽음까지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찌질함을 느낀 가현은 조금 헛웃음이 나려는 것을 가까스로 외면하고 생각에 빠졌다.
마지막 질문으로 '믿음'에 대해 묻는 이유는 무얼까. 지금까지야 그것이 있어야만 협력이 가능했을 테지만, 굳이 지금은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을 텐데. .. 아니, 혹시 중요할까?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을 더 믿지?
.. 맨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봐왔던 말과 행동들. 그리고 처음 당신의 손을 잡기로 마음먹었을 당시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되짚어본 가현은 입을 열었다. 틀리면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은 더이상 선택을 번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가현의 말씨는 중대한 결정 앞에 어쩔 수 없이 떨렸지만, 끄덕이는 고개와 눈빛 만큼은 단호했다.
marie:"하필 이 녀석이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서··· 악의 씨앗이 잘 심어지지 않더라고, 아하하하."
"그래. 태연한 놈의 말투를 써볼까."
"로즈마리는 저항을 했다. 가현가현이 오기 전부터···."
손바닥을 뺨에 두르며 곤란한 내색을 보이다가...
입꼬리를 찢어지게 올린다.
"태초의 고독한 장미가 틀어박혀서 도와줄 사람들까지 부르다니 이 몸이 모를 리가 없잖냐?! 아하하하하하하···."
"아아── 좋았어. 무력한 두려움에 쌓인 인간의 눈이."
"죽은 시체들 모두,"
"이 몸이 로즈마리인 줄 알고"
"식사자리를 함께 하려고 하더라!"
GM:······ 차갑게 식은 음식이 즐비한 주방.
marie:"우매하잖니··· 한낱 장미가"
"악신님의 신앙을 벗어날 수 있겠어?"
GM:시체를 찌르던 손맛을 기억하는지
주먹을 쥐고 행복하게 웃습니다.
marie:"조수야~"
"조수야~♪"
백가현의 머리를 마구 헤집는다.
"싫지? 아하하. 하하하하."
이마가 보일 만큼 머리를 올리고 위에서 내려다봤다.
"아주,"
"끔찍하겠구나."
거칠게 잡아 머리채를 위로 쭉 당긴다.
"그러게. 그 몸 아껴쓰지 그랬냐?"
"이 몸의 것이야."
말투가 휙휙 바뀐다.
모든 악의가 응축되어
핏기 어린 혐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白佳晛:여전히 당혹스럽고, 겁먹어 보이는 얼굴로 눈 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대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겁먹은 건 연기가 아니라, 어느정도는 진짜겠지만- 계획을 실행하기에 딱 좋을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진 않았다. 앞의 존재는 악의 씨앗인지 뭔지라 오만하기도 짝이 없어, 더는 경계랄 것도 없이 주절주절 입을 놀리며 떠들어대고 있었기에,
마침내 씨앗이 머리채까지 잡아 함부로 하기 시작하면, 가현은 지금까지의 표정 연기를 그만두고 곧바로 계획을 실행했다. 소매에 숨겨두었던 유리 조각으로 밧줄을 자르고, 씨앗을 밀쳐냄과 동시에 가스통을-
白佳晛:이제까지 나름 고생 많이 한 삶이었다. 이래저래 도망도 많이 치고, 살 구멍 찾느라 버둥거리고.. 하지만 지금은? 지금 죽는다면 너무 쉽게 죽어버렸다고 탓할 사람도 많이는 없겠지. 그렇다면 가현은 죽어도 딱히 상관 없다. 애초부터 쉽게 죽지 못해 살아가는 목숨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죽는 것도 그냥 곱게 죽어야 말이지. 제 몸에 다른 것이 깃들어 연고도 없는 이들을 해치게 두면서까지 죽고 싶은 건 또 아니었던 가현은 장미가 건네는 것을 받아 들었다.
"극소량만 마셔도 된다는 거.. 다소 적당히 마셔도 된다는 걸로 들리네요. 극소량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죠. 입술만 댔다가 떼는 수준이어도 극소량이라고 할 수 있나?"
'아기 새' 라고 부르던 것을 다시금 떠올리곤 미미하게 웃었다.
"적당히라는 말 대개 어머니들이 많이 쓰는 말인 거 아시나요. 인간이 아니라 모를려나. .. 하여튼 저는 그 말을 썩 잘 알아듣던 편은 아니었거든요. 혹시라도 너무 마시거나- 너무 덜 마시는 것 같으면 말해주세요."
이후 가현은 감로주를 입에 가져갔다. 조심스러울 순 있었겠지만, 그렇다 한들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